감사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사업자 선정에 환경부 업무소홀”

입력 2021-02-04 14:15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와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달 22일 국회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특별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사업자분담금’ 산정 과정에서 환경부의 업무 소홀로 부당하게 면제사업자가 선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4일 ‘가습기살균제 분담금 면제사업자 조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조사 역량이 부족한 인력 투입 등으로 4개 사업자가 면제사업자로 잘못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6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현직 환경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2017년 제정된 가습기살균제특별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업자들로부터 ‘사업자분담금’ 1250억원을 징수해 피해자 지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판매량이 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량의 100분의 1 미만인 경우, 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가습기살균제에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엔 분담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환경부는 면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업무를 소홀히 해 분담금 부과 대상이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한 4개 사업자를 면제사업자로 잘못 결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는 특별법에 따라 환경부 소속 직원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를 조사하도록 해야 했지만, 12개 피해구제분담금 면제사업자 중 10개 사업자에 대해 환경부 소속 직원 없이 시보임용기간 중에 있는 공무원이나 기술원 직원에게 조사업무를 맡겼다. 조사역량을 갖추지 못한 시보공무원만 현장조사에 투입한 탓에 분담금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면제사업자로 잘못 선정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있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사업자의 진술만 믿고 독성물질이 없다고 판단해 면제사업자로 결정한 사례도 있었다.

A사의 경우 유독물질인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했는데, 환경부는 이 물질의 영문 약칭이 ‘NaDCC’인 줄 몰랐다는 이유로 면제사업자로 분류했다. 제품 관련 자료가 없다며 중소기업확인서와 재무제표만 제출한 B사에 대해선 대표이사의 진술만을 근거로 제품에 독성물질이 없는 것으로 인정해 면제사업자로 결정했다.

환경부는 독성물질을 제조, 판매한 원료물질사도 조사해야 했으나 이 또한 실시하지 않았다. 분담금 부과 대상인 원료물질사에 대한 분담금 부과가 누락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면제사업자가 된 업체에 피해구제분담금을 부과, 징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환경부에 통보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