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스프링캠프 나흘째 훈련을 진행한 4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 하청스포츠타운. 내야 훈련을 준비하던 카를로스 수베로(49·베네수엘라) 감독이 점퍼 주머니에 무언가 묵직한 것을 넣고 더그아웃 앞 카트에 걸터앉은 정민철(49) 단장에게 다가갔다.
“야구공 하나 줄까요?”
정 단장은 전신 빙그레 시절부터 한화의 1990년대 마운드를 책임졌던 에이스 출신이다. 정 단장의 공을 쥔 손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수베로 감독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야구공이 아닌 한라봉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곧 파안대소했다. 정 단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웃었다. 선수단을 2개 조로 나눠 훈련을 이원화하고 양쪽 훈련장을 모두 분주하게 오가면서 지휘하는 스프링캠프의 고된 훈련 일정에도 농담으로 긴장을 푸는 수베로 감독의 여유에 정 단장은 엄지를 세워 화답했다.
수베로 감독이 한라봉에 푹 빠졌다. 정 단장은 “수베로 감독이 ‘지금까지 먹어본 과일 중 한라봉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며 “수베로 감독이 평소에 과일을 즐겨 먹는다. 스스로의 식단 관리에 엄격하다. 글루틴(곡식에 함유된 단백질)과 육류를 피하고 생선과 채소 위주로 식사한다”고 말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수베로 감독은 술·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식생활로 체력을 유지한다. 지난달 11일 한국으로 들어온 수베로 감독의 식단에는 이제 한라봉이 추가됐다. 오렌지색 팀컬러를 가진 한화의 사령탑으로서 입맛까지 ‘특화’된 셈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숙소에 과일을 제공하고 있다. 한라봉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숙소로 제공된 한라봉을 훈련장으로 가져올 만큼 한국에서 처음으로 맛본 과일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은 오전 훈련을 마치고 만난 기자들 앞에서 “귤처럼 신맛이 강한 과일을 좋아한다. 한라봉과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거제=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