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조직적 ‘노조 와해’ 유죄 확정…이상훈 사장만 무죄

입력 2021-02-04 11:59 수정 2021-02-04 12:11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의 자회사 노조 와해 공작 의혹에 가담한 전·현직 임직원 30여명이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만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임원 등 30여명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강 부사장은 징역 1년4개월, 원기찬 삼성라이온즈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와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실무를 책임진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징역 1년4개월) 등도 실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삼성 협력업체의 폐업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시·유도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본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조사 결과 노조 와해 전략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기획 폐업시키거나 노조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1, 2심은 노조 와해 전략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의 공모로 실행됐다고 보고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증거를 활용한 것이 위법하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여서다. 삼성 측은 증거가 수집된 곳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수색 장소가 아니었고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도 관련성이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가 조직적 노조 와해 공작에 가담한 정황을 사실상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지만, 결코 피고인에게 공모·가담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검사와 삼성 측은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