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남아 부모 “점퍼루 타다 다쳐” vs 의료진 “이전에도 골절”

입력 2021-02-04 09:03 수정 2021-02-04 09:56
채널A 뉴스화면 캡처

양부모의 끔찍한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또다시 아동학대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엔 제주에 사는 7개월 남자 아이다.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3시25분쯤 제주시내 한 병원에서 7개월 영아가 학대를 받은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의료진은 고열에 구토 증세를 보인다며 20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아이 몸에서 외부 충격에 의한 갈비뼈 골절과 복부에 다발성 장기 손상이 발견돼 신고했다.

아이는 입원 당시 간 손상이 심해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간 수치가 정상 기준에 20배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7개월 영아가 입기 어려운 상처인 만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진은 이전에도 갈비뼈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제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합동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아이 부모가 응급실에 오기 하루 전날에도 아이를 데리고 제주시내 다른 병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에서도 응급실 진료를 받았으며 진료 의사는 아이 배에서 멍 자국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는 치료를 위해 소아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아이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동학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아이 부모는 “아이가 서 있도록 도와주는 그네 형태의 놀이기구 ‘점퍼루’를 타다 다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아이를 진료한 의사와 변호사, 제주도 공무원 등이 제주대병원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주재로 모여 아동학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는 지난달 29일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지 닷새 만이다.

1시간30분 동안 열린 회의에서 의료진은 “놀이기구를 타다 다발성 장기 손상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며 아이의 상처가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 때문에 생겼다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현시점에선 이 외부 충격이 학대에서 비롯됐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학대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 부모의 휴대전화 통신기록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