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골든글로브 후보 지명…윤여정은 불발

입력 2021-02-04 05:15 수정 2021-02-04 10:31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의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다만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다.

골든글로브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3일(현지시간) 제78회 시상식의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로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게 됐다. 지난해 이 부문 수상작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미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유명해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한다.

‘미나리’는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을 만든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에서 제작한 미국 영화다. 그러나 골든글로브에서는 한국어 대사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로 분류했다.

HFPA는 대사의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로 구분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해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을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했다. ‘미나리’도 같은 이유로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없었다. 그러나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인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를 두고 미국 사회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유명 작가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베트남계 미국인 비엣 타인 응우예는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미국적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언어가 ‘외국적’의 기준이 된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백인에게 사실일 수 있지만 아시아계는 영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이 아닌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결국 불발됐다. 여우조연상 등 후보 지명이 기대됐던 다른 부문에서도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오는 28일 NBC방송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온라인으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상(오스카)과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약 한 달 먼저 열리면서 오스카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을 경우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탔었다. 한편 ‘미나리’는 오는 3월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