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 배당 1.5대 6.5…‘홍명보호’ 울산, 열세 깨고 ‘멕시코 호랑이’ 잡을까

입력 2021-02-04 06:00 수정 2021-02-04 06:00
멕시코 구단 티그레스 UANL 선수단이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시아 챔피언 울산 현대가 4일 클럽 월드컵에서 ‘멕시코 호랑이’ 티그레스 UANL를 만나 첫 경기를 치른다. 사실상 첫 경기이자 우승 기회가 남은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승부에서 외신들은 대부분 울산의 열세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홍명보 감독이 울산을 이끌고 티그레스를 잡아낸다면 클럽 월드컵 역사에 남을만한 이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 티그레스와 카타르 도하 알라얀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2라운드를 치른다. 2000년 대회 창설 이래 K리그 구단이 멕시코 팀을 이긴 건 2009년 포항 스틸러스가 아틀란테를 1대1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잡아낸 게 유일하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K리그 구단이 클럽 월드컵에 진출할 때마다 유럽 유명구단들을 만난다는 보도들이 나오지만 통상은 멕시코 팀과 만나면 정리되는 경우가 잦았다”면서 어려운 승부를 예상했다.

울산 거론조차 드문 외신들…‘아시아 대표’ 품격 지킬까

세계 도박사들은 티그레스의 승리 가능성을 압도적으로 높게 보고 있다. 3일 기준 스포츠베팅업체 ‘bet365’에서 티그레스의 승리 배당률은 1.55배, 울산은 6.5배다. ‘1xbet’ 역시 티그레스의 승리에 1.62배, 울산 승리에 5.65배로 비슷한 배당을 걸었다. bet365가 내세운 티그레스의 우승 배당률은 15배, 울산은 34배에 이른다. 그만큼 이들이 바라본 울산의 승리 확률이 적다는 이야기다.

티그레스의 클럽 월드컵 출전을 다룬 외신들은 울산보다 대부분 남미 챔피언 파우메이라스와의 대결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파우메이라스는 지난달 남미 대륙 최강자를 가리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같은 브라질 명문 산토스를 이기고 올라왔다. 루이스 아드리아노, 펠리페 멜루, 하미레스 등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유럽 출신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하다. 이름값에서 아무래도 비교가 어려울 만큼 강팀이다.

한 위원은 “이름값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티그레스에) 높은 평가를 주는 게 자연스럽다. 액면가로 울산보다 호화 멤버인 게 분명하다”면서 “파우메이라스에 빅클럽 출신들이 많기에 양 팀 간 대결 가능성을 외신들이 흥미롭게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멕시코 리그가 자국 리그에서만 뛰는 선수 위주라는 건 매우 예전 이야기”라면서 “티그레스에도 유럽 리그 출신이 쏠쏠하게 있다”고 말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3일 열린 현지 기자회견에서 “아무래도 좋은 선수들이 높은 몸값을 받는 게 축구계 현실이지만 몸값이 높다고 반드시 축구 경기에서 이기는 건 아니다”라면서 전의를 다졌다. 그는 “축구는 팀 스포츠고, 그날의 컨디션이라던지, 상대성이라던지 경기를 바꿀수 있는 여러 변수가 있다”면서 “우리는 아시아를 대표로 나온 팀이고, 또 그 중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완전체 가까운 ‘멕시코 호랑이’

티그레스가 가장 최근 치른 경기는 지난달 29일 넥카사와 치른 멕시코리그 홈경기다. 당시 경기에는 주전 공격진의 연이은 부상으로 각각 콜롬비아 연령대 대표 출신인 훌리안 키뇨네스가 전방에 나섰다. 지난달 공격수 니콜라스 로페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일이 소식이 보도됐으나 이미 부상 상태였던 데다가 주전이 아니라 전력에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건 프랑스 대표팀 출신 공격수 앙드레피에르 지냑이다. 프랑스 대표팀 소속으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출전한 이력이 있는 그는 현재 만 35세로 노장 축에 들지만 기량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까지 티그레스에서 뛴 5시즌 중 4시즌에 각각 리그 20골을 넘었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 21경기에 출전해 14골을 넣으며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2019년 멕시코 국적을 취득해 이중국적자 신분인 지냑은 지난달 14일 훈련 중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으나 현재는 회복이 거의 완료됐다. 티그레스 구단에 따르면 지냑은 카타르에 도착한 뒤 2일 울산과의 경기 전 마지막 훈련에서도 연습 경기 중 골을 기록했다.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즈 티그레스 회장은 같은 날 영상 기자회견에서 “앙드레(지냑)는 이미 몸상태가 100%”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다만 지냑과 함께 가장 이름값 높은 공격수인 파라과이 대표 출신 공격수 카를로스 곤잘레스는 출전이 불확실하다. 겨울 입단한 이래 3경기 2골로 기세가 좋았지만 지난달 23일 경기 중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입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로드리게즈 회장은 “곤잘레스는 2일 피지컬 트레이너와 훈련을 했다. 회복에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교체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날카로운 날개와 묵직한 한방…화려한 공격진

지냑을 빼고 봐도 티그레스 주전급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멕시코 외에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에서 최소 각급 국가대표를 거쳤고 유럽 리그 출신도 상당수 포함됐다. 한 위원은 “멕시코 대표 출신 선수들 중에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시절 중용되던 선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이끌고 한국 대표팀을 상대했던 인물이다.

오른쪽 윙어 하비에르 아키노는 스페인 라리가 비야레알과 라요 바예카노를 거친 윙어다. 얄궂게도 홍명보 감독이 동메달 신화를 썼던 2012년 런던 올림픽 우승멤버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에는 본선 무대에서 한국을 상대하지는 않았지만 티그레스의 주요 공격루트 중 하나다. 수비수 디에고 레예스 역시 런던 올림픽 우승 멤버였다. 지난해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출전했던 윙백 루이스 로드리게스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 위원은 “티그레스는 전형적으로 잘게 썰어 들어가기보다 수비 균형을 맞춰놓고 측면 윙어와 센터포워드 공격력에 많이 의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주의해야 할 인물로 아키노를 꼽으면서 “아키노와 루이스 키뇨네스가 양 측면에서 흔들고 공을 띄워주면 지냑이 마무리하거나 흘러나온 공을 미드필더들이 중거리로 마무리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세트플레이 위협도 상당하다. 레예스의 경우 신장이 190㎝에 달한다. 또 다른 멕시코 대표 출신 수비수 카를로스 살세도 역시 188㎝다. 골문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인 베테랑 골키퍼 나우엘 구스만이 지킨다. 라리가 세비야를 거친 주장 귀도 피사로, 티그레스 프렌차이즈 스타인 제수스 두에나스 등 중원의 힘도 만만찮다. 우루과이 연령대 대표 출신 미드필더 레오나르도 페르난데스는 리그에서 주전은 아니지만 북중미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