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민족 대명절인 설을 여드레 정도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에서 풍성한 명절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년 이맘때 설 대목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던 전통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설 연휴까지 연장되며 가족이라도 같은 지역이 아닐 시 5인 이상의 집합이 금지됐다.
이같은 상황에 명절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야할 한복 가게는 정부의 명절 거리두기 완화만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나흘 만에 다시 400명대로 늘어나 설 명절 거리두기 완화가 불투명해진 것. 35년 간 한복 장사를 한 상인은 힘드시죠라는 질문에 "(좁은 통로를 가리키며)보다시피 광장이잖어, 광장"이라며 "내가 장사한 이래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며 한탄했다.
이 같은 사정은 남대문시장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30년 간 포장 가게를 운영한 김모 씨는 1년이 넘게 이어진 코로나에 매출이 40프로 이상이 떨어졌다. 포장 가게는 학교 수업이나 회사의 단체 운동회나 기업체 모임 등에서 준비하는 선물 포장이 주 수입원이었는데 이제는 모임 자체가 금지되니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대책조차 세울 수가 없다. 이 같은 사정에 정년을 앞둔 직원에게 사정을 구하고 퇴임을 앞당겼다. 금융권에 넣어둔 자산들을 빼고 보험 등을 정리하며 겨우 1년을 버텼다는 그는 "올해 연말까지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도 결단(정리)을 내려야지"라고 말했다.
35년간 의류매장을 운영한 이모씨는 더이상 버티기가 버겁다. 하루에 매출이 1-2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까닭이다. "한 달 팔아서 세(월세)가 아니라 관리비 내면 없어. 이제 직원도 없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는 코로나 장기화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취약계층 등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곳에 1조4852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남대문시장을 돌며 마주친 문을 닫거나 점포를 정리하는 현수막을 사진으로(아래) 정리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