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2명 살해 20대 아빠 중형…‘살인 고의성 충분’

입력 2021-02-03 15:59

돌도 지나지 않은 자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던 20대 아버지에게 항소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27)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또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함께 명령했다.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아내 곽모(25)씨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곽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의 친자녀들”이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친부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의 생명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씨는 2016년 9월 원주 한 모텔방에서 생후 5개월인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2년 뒤 얻은 셋째 아들을 생후 9개월이던 2019년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여 초 동안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내 곽씨는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에서 황씨는 둘째와 셋째 모두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또한 이들 부부는 둘째 딸 사망 이후에도 3년간 총 710여만원 상당의 양육·아동수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1심에선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왔다. 살인에 고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아버지 황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 사건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날까지 항소심 재판부에는 이들 부부의 엄벌을 탄원하는 진정서 400여통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