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르는 어떻게 월클이 됐나

입력 2021-02-03 15:56 수정 2021-02-03 16:03
라이엇 게임즈 제공

우디르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칼리, 이렐리아처럼 화려하지도, 오리아나, 신드라처럼 스킬 한 방으로 승패를 뒤집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끄러운 달리기와 ‘곰 태세(E)’ 꿀밤만 반복해도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까진 밴픽 단계에서 선수들의 쇼맨십으로 가끔 얼굴을 비추는 게 전부였던 챔피언이다. 우디르는 어떻게 주류가 됐을까.

우디르를 가장 먼저 대회에서 사용한 건 DRX ‘표식’ 홍창현이다. 솔로 랭크에서 오랫동안 우디르의 활용법을 연구해온 홍창현은 지난달 20일 농심 레드포스 상대로 드디어 정령 주술사 챔피언을 골랐다. 그는 이 경기에서 2킬 노데스 1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농심의 미간에 따끔한 꿀밤을 때렸다.

앞서 홍창현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그에게 우디르를 추천해준 건 징동 게이밍(JDG, 중국)의 ‘카나비’ 서진혁이다. 서진혁은 팀 동료의 게임을 구경하다가 우디르를 주목하게 됐다. 그는 2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팀 동료의 게임을 구경하다가 우디르가 활약하는 모습을 봤다. 쓸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에 돌입했고, 그러다 연승을 하게 돼 홍창현에게도 추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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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현의 농심전 우디르 플레이는 복수 지역의 프로게이머들에게 영감을 줬다. 우디르는 곧 인기 챔피언이 됐다. LCK서도 담원 기아 ‘캐니언’ 김건부, T1 ‘커즈’ 문우찬, 한화생명e스포츠 ‘아서’ 박미르, 농심 ‘피넛’ 한왕호 등이 사용했다. 그간 밴픽창의 ‘웃음벨’에 불과했던 챔피언은 올 시즌에만 5회 밴, 11회 픽을 기록했다.

김건부는 정글링이 빠른 챔피언이 강세를 보이는 현재 메타에 우디르가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우디르는 정글링이 빠르고, 어그로를 잘 끈다”며 “딜러가 탱커를 잘 잡는 메타에서 딜러가 딜을 넣기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우디르의 활용 가능성을 찾아낸 서진혁은 올 시즌 우디르를 단 한 번도 고르지 않았다. 그레이브즈(4회), 릴리아(3회), 엘리스, 판테온, 올라프(이상 1회)를 플레이했다. 그는 “우디르가 계속 대회에 나오는 게 신기하지만, 한편으론 제가 한 번도 픽을 해보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마 앞으로도 계속 밴이 될 것 같지만, 밴에서 풀린다면 저도 플레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서진혁의 소속팀 JDG는 중국에서 진행 중인 ‘2021 LoL 프로 리그(LPL)’ 스프링 시즌에서 2승3패를 기록해 12위에 머무르고 있다. 서진혁은 “현재 팀 호흡을 다시 맞추고 있는 과정에 있다.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곧 다시 좋아질 것이라 본다”면서 “또 한 번의 우승 기록을 추가하는 게 이번 시즌의 목표”라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