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걱정에…작년 화폐 폐기 11년만 최대

입력 2021-02-03 15:46
지난해 한국은행이 폐기한 손상화폐가 6억4260만장(액면금액 4조7644어원)에 달해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 발행된 신규 1만원권의 초기 발행분의 유통수명이 다 된데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손상된 지폐를 적극적으로 폐기한 영향이다.

지난해 화재로 불타거나 곰팡이 등으로 훼손된 은행권.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은 3일 “지난해 한은이 폐기한 손상화폐가 전년(6억4040만장)보다 220만장 증가했다”고 밝혔다. 은행권 6억850만장과 주화 3410만개가 한은의 화폐 정사(整査) 과정에서 재사용 불가 손상화폐로 판정돼 폐기됐다.

은행권 중에서는 1만원권의 폐기 물량(4억760만장)이 전체 67%를 차지했다. 만원권 폐기량은 전년에 비해서도 23.9% 급증했다.

우선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속에 지폐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한은 측이 화폐 손상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값을 조정, 폐기 물량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복용 한은 발권국 발권기획팀장은 “코로나19 환경에서 폐기와 재사용의 경계에 있는 화폐를 정책적으로 적극 폐기하는 등 깨끗한 화폐의 유통을 늘리려 했다”고 말했다.

또 2007년(21억장)과 2008년(7억장) 대규모로 발행됐던 1만권의 유통수명(평균 127개월) 한계 시점이 다가온 영향도 있다고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1만원권은 2007년 1월부터 발행되기 시작했다.

은행권 폐기 물량은 5톤 트럭 114대 분량이고, 낱장을 이으면 총 길이(8만7967㎞)가 경부고속도로를 106회 왕복하는 수준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해 한은 창구를 통해 교환된 손상화폐도 모두 4720만장(106억9000만원)에 이른다. 2019년(3180만장·74억원)보다 1540만장(33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운데는 5만원권이 6만9900장(41.8%)으로 가장 많았다.

지폐 손상 사유를 보면 장판 밑 눌림, 습기에 따른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8만6700장) 탓인 경우가 가장 흔했고, 화재(5만7700장) 및 세탁·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2만3000장)도 주요 원인이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