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려” 우산 쓴 행인 ‘묻지마 칼부림’… 징역 4년

입력 2021-02-03 15:00
연합뉴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지나던 행인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노숙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3일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게 특수상해죄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범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살해할 의도까지는 없었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정한 직업과 주거지 없이 서울역 일대에서 노숙을 하던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B씨(45)가 우산을 쓰고 앞을 지나가는 것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사무용 칼을 한차례 휘둘러 피해자의 목을 그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범행으로 B씨는 목 부위에 6㎝가량의 상처를 입었고 전치 2주 판단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A씨는 법정에서 “살인·상해의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자신의 옷을 정리하려 짧은 칼을 꺼내는 도중 미끄러진 탓에 B씨의 목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당시 현장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살펴봤을 때 A씨가 고의로 B씨를 겨냥해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용한 흉기의 종류나 칼날 길이 등을 고려했을 때 살해의 의도를 가졌다면 강한 힘을 줘서 가격하거나 여러 차례 반복해서 행위를 벌였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살인미수 대신 특수상해만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극도의 분노나 살해로 얻을 이득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흉기를 사용해 ‘묻지마 범행’을 저질러 일반 대중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