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지만 올 시즌 중반 넘게 꼴찌로 처진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최근 급격하게 살아나고 있다. 반전의 주연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노장 빌리 샤프(34)다. 셰필드가 EPL까지 진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가 위기에서 다시 팀을 구해내고 있는 모양새다.
셰필드는 2일(현지시간) 브라말레인에서 열린 EPL 2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홈팀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WBA)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막판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제이든 보글의 동점골, 샤프의 역전골에 힘입어 승점 3점을 따냈다. 이번 득점은 이번 시즌 3번째 골이자 자신이 팀에서 뛰며 기록한 리그 101호 골이다.
이번 승리로 셰필드는 승점 11점을 쌓아 순위표 바로 위의 WBA를 1점 차로, 그 위의 풀럼을 3점차로 추격했다. 강등권 밖인 브라이턴호브앨비언(BHA)과는 한 경기 더 치른 상황에서 승점 10점차로 아직 강등 확률이 높다. 그러나 최근 5경기에서 3승을 거두고 있어 이 기세라면 기적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지 일간 더타임스는 “양 팀 모두에 강등의 공포가 드리웠지만, 셰필드만이 90분간 욕심과 야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로 셰필드에서의 리그 100골을 기록했던 샤프는 이 경기에서도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크리스 와일더 감독이 그를 교체아웃 시키려 준비 중이던 후반 73분, 존 플렉이 오른쪽 측면에서 안으로 드리블하다 발뒤꿈치 패스로 패스한 공을 크리스 바샴이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샤프는 상대 수비가 허둥대는 사이 크로스를 받아 골망에 공을 집어넣었다.
샤프는 셰필드에서 나고 자란 ‘로컬보이’ 출신이다. 20대 중반까지 셰필드 소속임에도 다른 팀에 임대를 전전해던 그는 2015-2016시즌 셰필드로 돌아와 주전으로 뛰면서 득점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3부 리그원에서 21골을 집어넣더니 다음 시즌에는 30골을 폭격, 2부 챔피언십 승격의 일등 공신이 됐다. 챔피언십에서도 2번째 시즌인 2018-2019시즌 23골을 넣으며 팀에게 EPL 승격을 선물했다. 그는 5일이면 만 35세가 된다.
물론 상승세에 샤프의 공만 있는 건 아니다. 더타임스는 “팀이 함께 이룬 결과”라면서 “와일더 감독은 올리 맥버니를 교체 투입하면서 그의 활동량으로 경기를 반전시켰다. 바샴은 오른쪽 측면에서 쉴새없이 공수를 오갔고 존 플렉은 지능적인 패스로 미드필드를 전진시켰다”고 평가했다. 와일더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중요한 승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우리 앞에는 거대한 도전과제가 남아있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