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KBS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는 지난달 28~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76%가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민 4명 중 3명이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수신료 인상 찬성은 13%에 그쳤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RDD 휴대전화 85%, RDD 유선전화 15%)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응답률은 6.7%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리서치뷰 블로그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KBS는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수신료 통과에는 정부·여당의 판단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는 총 11명 이사 가운데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됐으며 통과하려면 재적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인상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재원 구조 문제를 고민할 시기가 됐다”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지만 정치권은 신중한 입장이다.
여론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공영방송임을 내세웠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는 데다 오는 5월, 늦으면 6월부터는 종편이나 케이블 등 유료방송과 마찬가지로 중간광고도 가능해진다. 동시에 드라마나 예능 등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차별성과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 이용이 널리 퍼진 상황에서 TV 수신료 인상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익명의 KBS 직원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린 ‘억대 연봉 글’은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31일 KBS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우리 회사 가지고 불만들이 많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너희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요,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한다”며 “평균 연봉 1억원이고 성과급 같은 거 없어서 직원 절반은 매년 1억원 이상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KBS 수신료 인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지금 KBS 수신료 인상이라니 저는 반대한다”며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KBS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2일 페이스북에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설명을 수신료 납부자인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내부에서도 KBS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 나왔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가 있을 때 가능한데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엎드려서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올려 달라고 부탁해도 힘들 판국에 직원 한 분이 논란을 일으켰다”며 “공영방송으로서의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는데 국회가 여러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