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넘어 이탈리아 소방수로?…드라기 총리 유력

입력 2021-02-03 09:50 수정 2021-02-03 10:30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신화뉴시스

이탈리아의 정국 위기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위기를 극복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를 극복할 소방수로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코로나19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명망 높은 정부가 신속하게 구성돼야 한다면서 드라기 전 총재를 대통령 관저인 퀴리날레궁으로 불렀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3일 정오쯤 드라기 전 총재를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드라기 전 총재를 사실상 차기 총리로 지명하고 내각 구성권을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과 드라기 전 총재 AP뉴시스

드라기 전 총재는 학계와 정부, 금융권을 두루 거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금융경제통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탈리아 재무부 고위 관료와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 집행 이사, 골드만삭스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ECB 총재에 취임했다.

그가 취임했던 시기는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국가)이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격동기였다.

그는 모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붕괴 우려로 투자자들이 유럽 채권 매입을 꺼리자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날 믿어 달라”는 한 마디로 금융시장을 진정시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 ECB 총재(왼쪽)와 드라기 전 총재. AP뉴시스

또 지금까지 ECB가 시행 중인 회원국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 정책도 드라기가 시작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8년간 재임하며 유럽 경제의 소방수로 ‘유로존을 구한 슈퍼 마리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기 전 총재가 이탈리아 총리를 맡게 된다면 우선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이탈리아에 제공하기로 한 2090억 유로(약 280조원)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당면한 정책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정붕괴로 사실상 물러나게 된 주세페 콘테 총리. AP뉴시스

이번 정국 위기를 부른 연정 붕괴의 시작도 이를 둘러싼 갈등이었던 만큼 현지 정가에서도 드라기 전 총재가 총리가 된다면 차기 내각은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춘 실무 성향으로 꾸릴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원내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이 엘리트 관료 출신에 거부감이 커 ‘드라기 내각’이 정상적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편 앞서 2일까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 중도 성향의 생동하는 이탈리아(IV) 등 3당은 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로써 주세페 콘테 총리의 역할은 사실상 2년6개월 만에 끝났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