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파일명 ‘v’ 표기를 오해해 ‘VIP’(대통령의 약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치권과 온라인에서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오 전 시장이 2일 페이스북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만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는 “PPT는 평양 프레지던트 따봉의 약자” “HWP는 히든 원자력 플랜의 약어인가” “브이로그(V-log)는 대통령 기록물을 말하는 것인가” 등 1400개 이상의 조롱성 댓글이 달렸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논평을 내고 “전 서울시장이자 현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의혹 제기 수준이 너무도 참담하고 황당한 탓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며 “오 전 시장의 말대로라면 지금도 전국 곳곳, 세계 곳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위하여 작성 중인 문건이 수만, 수억 건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서 작업 한 번도 안 해봤나”라며 “서울시장에 재도전하는 오 전 시장님이 마치 한 번도 문서 작업 같은 실무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아닌가 우려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선거 때가 되면 이성의 상실 현상을 자주 보지만, 지성의 상실이라는 괴현상은 처음”이라며 “그렇다면 V3는 안철수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세 번 한다는 뜻인가”라고 비꼬았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총선 출마 당시 손가락 ‘브이’ 자를 취한 사진을 올리며 “큰 웃음 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 열심히 V(브이) 날릴 때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라며 “내가 보수를 몰락시켰다, 나는 대통령을 지지한다(라는 의미) 맞나”라고 했다.
논란이 된 글에서 오 전 시장은 “우리는 문건 제목의 ‘v’라는 이니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흔히 대통령을 ‘vip’라고 칭해왔음을 알고 있다. 결국 ‘v’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 내에서 어떠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건 제목이 ‘180616_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_v1.2’ 등으로 표기돼 있다는 이유로 해당 문건이 청와대까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통상 문서를 작성하면서 ‘버전(version)’의 약어로 파일명 뒤에 ‘v1’ ‘v2’ 등을 표시해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VIP’로 엉뚱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논란이 커지자 오 전 시장은 다시 페이스북에 “버전으로 보는 게 맞는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 저의 입장에 혼란을 초래한 결과가 돼 안타깝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원전 대북 지원에 관한 저의 입장, 즉 대통령께서 직접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달라는 요청은 변함이 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이 이 문서의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