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담병원인 군산의료원의 30대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가 최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진 공보의는 1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격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는 유족들은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며 순직 처리를 요구했다.
군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쯤 군산의료원 관사에서 이모(3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부모는 발견 전날 새벽 통화 후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이씨를 찾으러 경찰과 함께 관사를 찾았다가 현관 앞에서 쓰러져 있던 이씨를 발견했다.
성형외과 전공의였던 이씨는 대구 지역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던 지난해 3월 경북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했다. 이후 지난해 4월부터 군산의료원 응급의학센터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해 왔다. 이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내내 오전·오후 진료를 하고 주말까지 돌아가면서 24시간 순환 진료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근무했던 응급의학센터 전문의 5명도 모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료를 보고 있다. 이들 중 막내였던 이씨의 근무강도는 셀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간호사와 직원 등 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상당수 의료진이 격리 조처돼 의료공백이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씨는 격무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숨진 이씨의 아버지는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응급실과 파견 근무 등으로 아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JTV 전주방송에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 김제 생활치료센터 파견을 갔다 온 다음에 적응이 안 됐는지, 그걸 최근에 바로 느꼈다”며 “단순한 의사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희생됐다 그렇게 됐으면…”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씨가 코로나19로 업무가 가중돼 과로사했다고 주장하며 순직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병원 측은 공보의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무리한 근무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의료계에서 숨진 이씨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현장에 파견돼 환자를 보고 있는 공보의들의 근무 환경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김형갑 회장은 지난 2일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공보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 특히 의사를 구하기 힘든 지역은 공보의 업무량이 더 많이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공보의 주당 근무시간이 140시간이었던 곳도 있었다”며 “공보의들이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일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고 유족 등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씨는 파견 종료 전과 사망 후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