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연희(33)는 ‘새해전야’로 로맨스 대가 홍지영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연희는 앞서 좌충우돌 청춘들의 결혼 에피소드를 그린 홍 감독의 ‘결혼전야’(2013)에서 옥택연과 권태기로 아웅다웅하는 커플 연기를 선보였었다. 2일 온라인에서 만난 이연희는 “감독님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배우들의 가장 예쁜 모습을 끌어내 주신다”면서 “또 감독님의 ‘전야’ 시리즈를 믿기에 이번에도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새해전야’에는 이연희의 말처럼 바람 잘 날 없어 한없이 아름다운 청춘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취업과 연애, 결혼 등 문제로 고민하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은 작품으로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염혜란 이동휘 유태오 최수영 등 충무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지난해 연말 새해를 밝힐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코로나19로 뒤늦게 관객을 만나게 됐다.
여기서 이연희는 연애와 일에 좌절해 무작정 아르헨티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스키장 비정규직 근로자 진아 역을 맡았다. 진아는 낯선 여행지에서 번아웃에 해외로 도피한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을 만나 20대의 마지막 성장통을 겪는다. 진아는 현실과 포개지는 영화의 여러 등장인물 중에서도 현실의 청춘과 가장 맞닿은 인물인 셈이다.
아르헨티나의 이국적 풍경과 굽이진 골목길의 아름다움, 이구아수 폭포 등 자연의 장관이 더해져 성장통은 더 눈부시게 다가온다. 이연희는 “진아가 힘든 시기를 겪는 청춘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무작정 여유를 가지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 영화에서처럼 청춘들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자연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연희가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새해전야’를 택한 이유 역시 여러 면에서 진아와 자신이 닮았다고 느껴져서다. 2001년 13살 때 SM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돼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연희는 어느덧 데뷔 20년 차의 30대 배우가 됐다. 돌이켜보면 연기에서 때로 어려움을 겪었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배우의 삶이 지칠 때도 있었다. 이연희는 “10대, 20대에는 늘 배우로서 잘하고 있는 것인가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이 따르더라”면서 “이제는 발버둥 치면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 시절의 내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20대를 진솔하게 담아내서일까. 영화는 마음속 잠들어있던 설렘을 다시 느끼기에 충분하다. 티격태격하던 재헌과 아르헨티나 석양을 배경으로 탱고를 추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영화 촬영 전 상대 역의 유연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연희는 “친해지니 촬영도 도움이 많이 됐다. 외국 사람들과 금방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재헌과 꼭 닮았더라”며 “개인적으로도 재헌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연희는 최근 큰 변화들을 겪었다. 지난해 6월 비연예인 연인과 결혼한 그는 일상에서 남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고 했다. 이연희는 “응원도 많이 해주고 사회 전반에 이해도가 높아 조언도 많이 해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전도 있었다. 데뷔 때부터 19년 동안 함께한 SM을 떠나 지난해 11월 새 회사에 둥지를 튼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 ‘새해전야’와도 묘하게 겹쳐졌다. 이연희는 “코로나19로 작고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관객도 밝은 영화로 기분 좋은 설렘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