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이다!’ 레딧 지목에 시세 폭등… 제2 게임스탑 되나

입력 2021-02-02 14:57
'개미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게임스톱 사태로 미국 뉴욕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주말간 레딧에서 은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게임스탑 주가는 1일(현지시간) 30% 이상 폭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지펀드의 공매도 관행에 반발해 ‘게임스탑’의 주가를 폭등시킨 레딧에서 다음 집중매수 타깃으로 은을 지목하며 시세 폭등을 주도했다. 은 시장이 ‘제2의 게임스탑’ 대전의 격전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주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에서 은 시세를 끌어 올리자는 주장이 나온 뒤 은 시세는 급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은 선물은 1일에만 13% 상승하며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괴르마이닝, 판아메리칸실버 등 채굴 관련 회사들의 주가도 최고 20% 이상 오르며 급등세다.

현물 은괴도 수요가 폭증해 주요 판매점에서 주문을 더이상 받지 못한다는 공지가 올라오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은 매입을 부추기는 레딧 유저들은 정부와 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은 가격을 통제해 의도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스탑 주식과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급격한 매수세를 올리면 은 가격이 급등해 투자기관들을 곯려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월스트리트베츠 등 레딧 토론방에 은 매입 관련 홍보 글을 올리는가 하면 트위터에서는 ‘#silversqueeze’라는 해시태그를 유행시키며 은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바이 실버(Buy Silver)’ 운동을 펼치는 이들은 은이 제2의 게임스탑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게임스탑 구매 운동을 펼친 유저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스탑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자금력이 분산되면 양쪽 모두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 실버 운동이 게임스탑 구매 운동을 저지하려는 헤지펀드의 꼼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월가와 헤지펀드들이 개미들로 하여금 게임스탑을 사는 대신 은을 사게 만들어 게임스탑 주가 상승 랠리를 차단하려 한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은 현물 시세가 이날 11% 폭등하는 동안 게임스탑은 상승세를 잃고 전날 종가인 325달러에서 30.77% 떨어진 225달러에 마감했다. 장외거래(에프터마켓) 시세까지 보면 189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 28일 장외거래(프리마켓)에서 기록했던 최고가(513달러)와 비교하면 5일 만에 무려 64% 폭락했다.

게임스탑과 달리 은 시장에서는 과도한 공매도 세력이 없다는 점도 은 매수 운동의 목적을 의심케 하는 요소다. 게임스탑은 시트론 리서치 등 헤지펀드들이 140%가 넘는 주식에 대해 숏 포지션(공매도)을 취했기에 ‘숏 스퀴즈’를 통한 주가 폭등을 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디언은 “은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은 공매도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무찔러야 하는 적이 없는 만큼 바이 실버 운동의 승산도 낮다”고 평가했다. 이날 폭등한 은 시세도 순전히 개인들의 매수세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들의 유행을 이용한 헤지펀드와 기관들이 가담한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도 전했다.

게임스탑과 달리 시장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게임스탑은 연초 기준 시가총액이 15억달러(약 1조67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였다. 하지만 은 시장의 이날 기준 시총은 1조5000억달러(약 1674조원)로 게임스탑의 1000배에 달한다. 개미들이 매수 운동을 펼친다고 해서 움직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임스탑 구매 운동을 주도했던 한 월스트리트베츠 유저는 “은 시장에서 게임스탑과 같은 상황을 노리는 것은 매우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할 것”이라며 “‘실버 스퀴즈’는 허상이다. 우리가 벌이고 있는 영광스러운 전쟁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