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놓고 “‘서구식 선거제도’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부 쿠데타를 옹호한 건 아니지만 미얀마가 서구식 민주적 선거제도를 채택한 탓에 결론적으로 혼란이 가중됐다는 취지다.
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와 공동사설에서 “미얀마 쿠데타는 민주화 과정에 박수를 보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면서도 “정치 개혁만으로 얻어낸 번영이 피상적이고 깨지기 쉽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민주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군부와의 갈등이 잠시 완화됐지만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매체는 이어 민주적 선거제도가 가져다준 정치적 자원은 갈등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반세기 동안 지속된 군사정권은 이해관계를 형성했고 민족 갈등도 복잡하다. 어떠한 새로운 제도를 채택하든 간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군부 쿠데타가 미얀마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투쟁이 격해지고 국제사회의 압력에 직면하면서 이 나라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실질적 국가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고문을 가두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어 이에 대응해 구금 조치를 시행했다는 게 군부 측 설명이다. 당시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압승한 바 있다.
특히 매체는 “지금까지 세계는 소수의 통치 모델만 있었고 서구는 선거제도를 강력히 옹호했다”며 “선택권이 없는 작은 나라들은 대부분 서구식 선거제도를 채택했으며 그 과정에서 직면한 좌절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한 비용으로 해석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남아 지역의 정치 스펙트럼은 매우 복잡해 전통적인 관행과 서구로부터의 압박이 오랫동안 공존했다고 전제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로, 장기적인 정치 안정과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경제발전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부를 일제히 규탄하는 것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주장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