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증여받으며 빚도 갚겠다더니 알고보니 ‘아빠 찬스’

입력 2021-02-02 12:32 수정 2021-02-02 12:39
지난 19일 오후 서울의 한 세무사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A씨는 아버지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에 담보된 부친의 금융 채무까지도 인수한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채무 상환 내역에 대한 부채 사후관리를 실시한 결과 증여받은 이후에도 빚 원금과 이자는 계속 아버지가 갚고 있었다. 국세청은 자녀가 실제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음에도 인수한 것으로 가장해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는 실제 인수하지 않은 허위 채무에 대해 증여세 수억원이 추징될 예정이다.

국세청은 증여 관련 탈루 혐의 1822건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원칙적 탈루 혐의가 포착된 만큼 추가 검증을 통해 추가 증여세 등 추징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세무 검증에서는 주택 증여 시점뿐만 아니라 전후 과정을 모두 조사 대상에 올렸다. 최초 주택을 매입하는 시점에 탈세 사실이 있었는지, 증여 이후에 부모 도움으로 해당 주택 관련 채무를 상환했는지까지 들여다본 것이다.

정부가 변칙 탈루를 확인한 결과 주택 증여세 신고 시 다른 증여재산 합산을 누락하고 증여재산 공제를 중복으로 신고한 혐의자가 11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유사매매 사례가액 등 시가로 신고하지 않고 공시가격으로 저가신고·무신고한 자는 531명, 주택을 증여한 증여자와 그 배우자 등의 주택 취득 관련 자금출처 부족 혐의자는 85명에 달했다.

B씨는 어머니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고 재산가액을 공시가격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증여 재산은 시가 평가가 원칙이다. 이에 국세청은 증여일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까지 같은 단지 비슷한 매물의 매매가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고, 증여 재산을 재평가했다. B씨는 증여세를 과소신고·납부한 것으로 확인돼 관련 검증을 받을 예정이다.

30대 주부 C씨는 남편으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으면서 해당 아파트 임차인의 보증금 수억원을 승계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증여 이후 임대차 계약을 전세에서 월세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임대보증금을 남편이 대리 상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증여세 탈루 혐의로 조사받을 예정이다.

주택을 부담부 증여로 받은 뒤 고액 임대보증금 등을 자력 없이 상환하거나 증여세·취득세 등 주택보유 비용을 편법증여 받은 혐의자는 30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초년생 C씨는 대형마트 2곳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주택과 아파트 분양권을 받았다. 국세청이 증여 주택과 분양권의 최초 취득 단계를 파악한 결과 C씨 아버지가 매출을 누락하고 허위 경비로 회삿돈을 돌려 취득 자금을 마련한 혐의를 포착했다.

국세청은 증여 주택 취득 단계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 부담부 증여를 활용한 편법 증여 혐의자 등은 세무조사를 통해 더욱 철저한 검증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자금 출처 소명이 미흡한 증여자는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등으로 분석 대상을 확대해 자금 출처를 검증한다. 사업자금을 누락한 혐의가 드러나면 법인세 통합 세무조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택을 증여받은 뒤 뚜렷한 소득 없이 증여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납부한 연소자도 편법 증여 혐의 검증 대상이다. 국세청은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시가를 반영하지 않은 저가 신고, 10년 내 다른 증여 재산 합산신고 누락 등 불성실 신고 행위를 차단하고, 증여자의 최초 주택 취득 단계의 자금 출처를 분석해 법인자금 유출 등 부당한 방법을 이용한 주택 취득 여부를 치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