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왜 끊겼냐’…폭언·폭행 시달리는 역사 직원들

입력 2021-02-02 10:59 수정 2021-02-02 11:03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역 직원이 당한 감정노동 피해 사례가 연간 176건, 월평균 14건이었다고 2일 밝혔다.

가장 많은 유형은 취객들의 폭언·폭행이었다. 술에 취해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고 이를 제지하는 직원에게 욕설 등 모욕적인 언행과 폭행을 가한 경우가 다수였다.

한 사례로 지난해 4월 2일 0시10분쯤 열차 운행이 종료된 후에 술에 취한 한 승객이 1호선 서울역에서 “지하철 운행이 왜 벌써 끊겼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역 직원의 설명에도 “내가 타고 갈 지하철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다 주먹까지 휘둘렀다. 이 승객은 결국 폭행죄 등으로 고소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요금을 내지 않고 부정 승차를 하다가 적발되자 폭언을 내뱉거나, 적발 후 도망하는 승객을 잡은 직원에게는 도리어 ‘성추행으로 맞고소하겠다’며 대응한 사례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마스크 미착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직원에게 폭언하거나 폭행하는 경우도 잦았다. 개인 유튜브 중계 등을 위해 상습적으로 역사 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이를 제지하는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사례도 있었다.

공사는 감정노동으로 고통받는 직원들을 보호하고자 지난해 2월 ‘감정노동보호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피해를 본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분리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하고, 병원 진단서 발급비나 치료비 등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가해자 처벌을 위한 고소 고발을 지원하는 등 지난해 총 338건을 지원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보건환경처장은 “서울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으로, 직원들의 감정노동 빈도와 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공사는 직원 보호를 위한 제도 보완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시민 고객들도 직원들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유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