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3000여 명이 상주하는 거점 국립대병원이 들어서면 획기적 지역발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2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백년홀에서 추진위와 추진본부, 추진자문단 등 3개 조직으로 구성한 새병원건립추진단 발족식을 했다.
추진단은 오는 2023년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이듬해부터 환자맞춤형 통합진료, 최첨단 건강관리 융복합 의료연구 기능을 갖춘 스마트병원 건립을 단계적으로 본격화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추진단이 발족하자 전남 나주, 광주 남구 등은 전남대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빠른 행보를 보인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1일 ‘전남대병원 신축·이전 최적지는 나주’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 시장은 “전남지역 열악한 의료여건과 16개 공공기관이 입주한 빛가람혁신도시,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 등을 고려할 때 광주·전남을 잇는 교통요충지인 나주에 새 병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점 국립대병원의 공공성과 지리적 여건을 고려할 때 새 병원은 KTX가 정차하고 광주·무안 공항과도 가까운 나주에 건립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나주시는 유치전담TF팀과 범시민추진위를 구성하고 ‘파격적 인센티브’가 포함된 제안서를 전남대병원에 전달하기로 했다.
광주 남구와 동구, 광산구 등도 유치전에 뛰어들 태세다. 애초 지방선거에서 전남대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김병내 남구청장은 신축·이전이 결정되면 개발제한구역을 해지해 병원 건립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광주 순환도로 접근이 원활한 남구는 응급환자 이송에 필수적인 교통여건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과 가까운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빛고을 전남대병원과 광주시립2요양병원,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등과 ‘의료·요양’의 상승 효과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구의회 황도영 의원은 구의회 임시회에서 “광주도시공사가 운영 중인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옆 빛고을컨트리클럽 부지 20만9038㎡가 최적의 전남대병원 신축 이전 후보지”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동구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현재 병원이 위치한 동구는 ‘도심 공동화’를 부추길 이전에 반대하지만 불가피하다면 인근 전남대 의대 부지가 바람직하다는 태도다.
전남대병원은 1910년 옛 전남도청 부지에서 문을 연 ‘자혜의원’이 모태다. 1915년 현재 동구 학동 부지로 이전한 후 2004년 분원 개원한 화순전남대병원, 2014년 류마티스·퇴행성 관절염 등 전문질환 센터로 문을 연 빛고을 전남대병원, 치과병원, 어린이병원 등을 포괄해온 3차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1982년 본동 완공 이후 그동안 잦은 증축공사 등으로 병동 간 이동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는 데다 협소한 부지, 건물의 노후화, 심각한 주차난으로 새 병원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마다 증가하는 유지·보수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병원 구성원과 의대 동문 등을 대상으로 벌인 새 병원 건립과 이전의 당위성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현 위치 고수’와 ‘다른 지역 이전’ 의견이 팽팽히 맞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전남대병원 안영근 원장은 “새 병원 건립구상과 타당성 분석을 위한 사전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이전·신축 방안을 신중히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