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현지교민 “TV, 라디오 다 끊겼다…‘생필품 사재기’도”

입력 2021-02-02 10:51 수정 2021-02-02 11:04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2019년 11월 27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 거주 중인 교민이 2일 “대부분 국민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분개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미얀마 양곤에 거주하는 교민 권병탁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통화에서 “연결이 어렵다”는 진행자의 말에 “군부 비상사태를 겸해 통신사 서비스가 대부분 중단됐었다”고 말했다. “군부가 끊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통신사에서 내부 문제라고 했지만 군부가 끊은 것”이라고 했다.

권씨는 “기본적으로 TV, 라디오는 다 통제를 당하고 있다”면서 “유일한 언론 매체라고 하면 페이스북을 통해 신문사들에서 간간이 소식을 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통화가 됐다, 안 됐다 하는데 지금은 현지시간으로 새벽 이른 시간이라서 좀 양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쿠데타 직후 상점, 은행 등에 많은 인파가 몰려 혼잡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재기 인파로 인해서 생필품이 동나기도 했고, 시내 곳곳에 있는 현금인출기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밤 몇 시간 만에 인출기 현금이 다 바닥났다”고 했다.

또 “미얀마는 쿠데타를 많이 했던 나라라서 군부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편”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관공서나 국가기관을 장악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서 현직 대통령, 각 주의 주지사와 NLD(집권여당) 주요 인사들을 구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금하자마자 11개 부처의 장관들을 다 교체해버렸다”고 말했다.

권씨는 군부가 유혈 사태 없이 단 하루 만에 정권을 장악했다면서 “어제 오전부터 군부 지지세력 1000여명이 모여서 쿠데타 지지 행진을 벌였는데, 앞으로 일반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게 되면 불씨가 얼마나 번질지는 며칠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수치 국가고문이 군부의 독재에 항의하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NLD당에서 가짜뉴스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가 가짜뉴스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도 의심스러운데, 지금 워낙 가짜뉴스가 많아서 저희끼리도 그걸 가리기가 힘들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를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NLD의 승리로 끝났던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군 TV는 1일 방송에서 “선거 부정에 대응해 구금조치를 실행했다”며 “(1년간의) 비상사태 동안 선관위는 개혁될 것이며 지난해 총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