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바이든 만나나’ 질문에…블링컨 “제재와 인센티브 동시 검토”

입력 2021-02-02 09:27 수정 2021-02-02 09:56
블링컨 “북한에 추가 제재와 인센티브 동시 검토”
‘김정은, 바이든 만나려면 뭘 해야 하나’ 묻자 답변 피해
블링컨, 장관 취임 이후 북한에 ‘외교적 인센티브’ 언급
바이든 행정부, 북한에 ‘채찍과 당근’ 강온 양면책 구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diplomatic incentive)’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고 이같이 답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이 국무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외교적 인센티브’를 언급한 것은 주목을 끌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블링컨 장관이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채찍과 당근 등 강온 양면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31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였다. 이 인터뷰에서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 중인 새로운 대북정책의 얼개를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된 나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대북) 정책의 재검토였다”면서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찾아내고, 북한의 무기로 인해 증가하는 문제들을 대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블링컨 장관은 대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이 질문에 “우리가 하려는 첫 번째 일은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한 뒤 “(대북) 추가 제재, 특히 동맹·파트너들과 추가적인 조율과 협력을 포함해 우리가 어떤 수단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외교적 인센티브들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앞으로 4년 동안, 당신은 비행기를 타고 이란과 북한 중 어디에 먼저 도착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블링컨 장관은 웃으면서 “나를 태운 비행기는 아마도 가장 가까운 동맹과 파트너가 있는 유럽과 아시아에 먼적 착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날이 곧 오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제재와 함께 외교적 인센티브를 언급하면서 다소 진전된 구상을 꺼내 들었다.

블링컨 장관이 처음으로 외교적 인센티브를 거론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 차원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코로나19 대처와 미국 경제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취임 초기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또 북한이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을 할 경우 강경책을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극한 대치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동시에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추가 제재나 외교적 인센티브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 정책도 여전히 베일 속에 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을 보면, 새로운 대북 정책에 선물 리스트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최대 변수는 북한이 어떤 액션을 취할 지 여부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3월 초 실시 예정인 것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정책 마련에 시간을 너무 끌 경우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