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일부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창고에서 일하는 수천명의 아마존 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위한 우편투표를 벌이고 있다. 오는 8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투표 결과에 따라 설립 여부가 결정된다.
아마존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노조 와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을 고용하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직원들이 노조 결성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미 직원들이 충분한 복지와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노조 설립에 가담해 잠재적인 불이익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아마존이 우려하는 것은 앨라배마주 직원들에서 시작된 노조 결성 움직임이 미국 전역에 있는 800개 이상의 사업장으로 번지는 것이다.
아마존은 특히 앨라배마주 창고 직원들의 노조 결성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미국 소매·도매·백화점노동자조합(RWDSU)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아서 휘아톤 코넬대학 교수는 “아마존은 (팬데믹 기간 동안) 매출이 수직상승하는 수혜를 입었다”면서 “언택트 유행에 따른 아마존의 폭발적 성장은 기업이 노동자와의 이윤 분배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자들이 아마존의 늘어난 이윤 가운데 자신이 몫을 찾기 위해 노동조합 결성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노조가 결성되더라도 아마존과 대등한 협상을 벌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노조 결성 투표가 가결되더라도 첫 단체협약까지는 수년의 교섭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간 아마존은 철저한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오며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한 번도 노조 설립을 허락한 적이 없다. WSJ는 아마존에게 있어 이번 사건이 기업 설립 이래 가장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됐다. 빅테크를 상징하는 4개사(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알파벳과 아마존에서 노조 설립이 시도되며 ‘노조 결성 바람’이 미국 노동환경에 변화를 불러올지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아마존의 고용 규모는 미국 전역에서 2번째로 큰 만큼 아마존 노조가 성공적으로 설립될 경우 미국 전체 노동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