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 사실이 알려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리대사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이날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능력은 체제의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다만 북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려고 김 위원장이 핵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의향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로 빠진 데 대해 “미국은 비핵화에서 물러설 수 없고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며 비핵화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접근법에서 문제를 찾았다.
류 전 대리대사는 중동에서 근무하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이란핵합의 타결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 경험을 토대로 북한 핵 문제도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기대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데 제재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북제재는 전례없이 강력하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근무지에서 이탈해 가족과 함께 탈북한 류 전 대리대사는 10대인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탈북 동기를 밝혔다. 그는 쿠웨이트에서 한 달 동안 탈출 계획을 짠 뒤 딸을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처럼 위장해 쿠웨이트 주재 한국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고 며칠 뒤 한국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딸에게 ‘엄마 아빠랑 자유를 찾아가자’고 말했더니 딸은 충격을 받은 뒤 ‘그래요’라고만 했다”고 회고했다. 한국에 온 뒤 딸에게 무엇이 가장 좋으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류 전 대리대사는 북한에 남겨둔 형제자매 3명, 83세 노모, 고령의 장인, 장모가 처벌받을까 우려했다. 또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내놨다. 그는 “인권은 도덕의 문제”라며 “북한 체제에서 인권 문제는 민감하고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북한 내 고위층 출신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장인이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을 운영하는 인물이었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