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취약했던 미얀마 문민정부… 군부와 위험한 권력 공유

입력 2021-02-01 16:23 수정 2021-02-01 17:32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AFP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2015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문민정부의 시대를 열었다. 1962년 네 윈의 쿠데타 이후 지속된 군부 지배를 53년 만에 종식시킨 것이었다.

군부가 2008년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 의석(664석) 중 25%인 166석은 군부에 미리 배정이 되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당시 NLD가 확보한 의석은 390석(59%)으로 과반을 넘겼다.

수치 고문과 NLD는 지난해 11월 8일 실시된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고 ‘문민정부 2기’를 열었다. 총 396석을 확보해 직전 총선보다도 6석을 더 획득했다.

하지만 군부는 선거 직후부터 유권자 명부와 실제 투표자 사이 860만명 가량 차이를 보인다며 꾸준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달 26일에는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소장은 부정선거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군부 일인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튿날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정치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우려에 군부는 지난달 30일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와의 위험한 권력 공유가 이번 사태의 화근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부 세력은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하고도 군부 정권 시절 제정한 헌법에 기초해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3개 치안 부서 수장 자리를 독점하며 권력을 유지해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