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쿠데타 ‘1년 비상사태’…아웅산 수치 구금

입력 2021-02-01 14:13 수정 2021-02-01 14:43
양곤 시내에 배치된 미얀마군. 로이터연합

미얀마의 민주화가 다시 기로에 섰다. 군부가 전격적인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이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은 미얀마 군부가 군 소유의 미야와디TV를 통해 “선거부정에 대응해 구금 조치를 실시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밝혔다고 1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현재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미야와디TV 발표는 집권당인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변인이 언론을 통해 알린 수치 국가고문 및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의 구금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왼쪽)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로이터연합

앞서 묘 뉜 대변인은 AFP통신에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이 수도 네피도에서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들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상황으로 볼 때 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감행된 쿠데타 이후 국영 TV와 라디오 방송은 ‘기술적 문제’로 방송을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현재 네피도는 물론 최대 도시 양곤의 인터넷과 전화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총선 직후 NLD의 승리를 기념하는 지지자들. AP뉴시스

집권 NLD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상·하원 476석 중 396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군부는 선거 직후 유권자 명부가 800만명 정도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다.

지난달 26일에는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군 대변인인 조 민 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선거부정 의혹 조사를 촉구하며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또 27일에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 헌법이 폐지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30일 군부는 유엔과 현지 외교사절단의 우려 표명이 이어지자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틀 후 쿠데타를 일으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AP뉴시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두고 세계 각국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선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미얀마 민주주의 제도에 강력한 지지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수치 고문을 포함해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호주 정부도 다시 한번 군부가 정권을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수치 고문 및 구금된 지도자들을 신속히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미얀마 군부가 법에 의한 통치를 존중해 구금된 민간인 지도자들을 즉각 풀어줘야 한다”며 “우리는 지난해 실시된 총선 결과에 따라 평화로운 의회의 재소집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