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도전’ 이대호와 손 맞잡은 허문회 “꿈은 곧 목표”

입력 2021-02-01 13:58 수정 2021-02-01 14:49
롯데 자이언츠의 허문회(왼쪽) 감독과 이대호가 스프링캠프 첫 날인 1일 부산 사직구장 인터뷰실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겠지만, 그 생각이 좋은 것이다. 꿈은 곧 목표가 된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2년차 사령탑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는 허문회 감독은 선수 인생 마지막 2년의 목표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말한 이대호의 결심을 지지하며 손을 맞잡았다. 허 감독은 이대호에게 다시 4번 타자를 맡길 밑그림을 그렸고, 이대호는 자신의 역할을 이어갈 후배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허 감독과 이대호가 함께 꾸는 꿈은 실현될까.

허 감독은 1일 스프링캠프를 꾸린 부산 사직구장에서 이대호의 우승 옵션에 대해 “프로의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KBO리그를 완주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지난 29일 롯데와 계약기간을 2022년까지 2년 더 연장하면서 총액 26억원에 서명했다. 계약금 8억원, 연봉 8억원과 별도로 매년 1억원의 우승 옵션을 추가했다.

이대호는 2001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로 입단한 롯데에서 미국·일본 진출 시기인 2012~2016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15시즌 동안 KBO리그 통산 1715경기에서 332홈런 1243타점 타율 0.309를 기록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런 이대호의 마지막 숙제는 롯데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부산 팬들에게 선사하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이대호가 현역 마지막 계약에 우승 옵션을 포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허 감독은 이대호를 4번 타자로 기용해 롯데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허 감독은 “지난해 기준에서 이대호를 다시 4번 타자로 넣으려고 한다. 올해에도 잘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대호를 “꼭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이대호가 있으면 상승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대호에게 남은 시간은 2년. 그 이후의 공백을 채울 ‘거포’도 찾아야 한다. 허 감독은 “이대호의 후계자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길 바란다”며 “당장은 현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2년 뒤의 일보다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새 시즌 준비에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롯데는 지난해 KBO리그 초반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5강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하고 7위(71승 72패 1무·승률 0.497)로 완주했다. 최하위였던 2019년보다 반등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결국 좌절됐다.

허 감독은 이제 스프링캠프에서 전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롯데는 올해 신인 최대어로 평가되는 내야수 나승엽, 좌완 투수 김진욱을 모두 품에 안았지만 뇌동맥류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중견수 민병헌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허 감독은 “선발과 주전에 대한 구상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당장 공개할 수는 없다. 코치진들도 추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잘 혼합해야 한다”며 “2군에서 일부 선수가 (1군으로) 올라왔고, 젊은 선수(유망주 신인)도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에 쏟아진 비 탓에 오전 11시로 예정했던 훈련을 시작하지 못했다. 오후부터 일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가벼운 달리기와 캐치볼로 몸을 풀었다. 허 감독은 오전 훈련을 선수들과 미팅으로 대신했다. 허 감독은 이 자리에서 “부상 없이 훈련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허 감독은 기자들과 만남을 끝낼 때쯤 사직구장 인터뷰실로 들어온 이대호와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대호는 “꿈은 롯데 우승”이라며 “앞으로 남은 2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2년 안에 우승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