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가 유색인종 주민을 위해 빈민가에 마련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 외지에서 온 백인들이 몰린다고 CNN 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시는 지난 14일 워싱턴하이츠에 있는 아모리 트랙&필드센터에 65세 이상 유색인종 주민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를 만들었다.
뉴욕시 맨해튼 북부 빈민가에 있는 워싱턴하이츠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상당수 발생한 지역이다. 거주민 70% 이상은 라틴계다. 하지만 이 센터에서 백신을 맞는 이들 중 타지에서 온 백인이 압도적이다.
지난 14일 접종센터의 접수창구에서 일했던 수사나 베자르 박사는 “백신을 접종한 2400명 가운데 대부분은 지역사회 주민이 아니었다. 이 지역에서 이토록 많은 백인을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역시 “이 센터의 백신 접종은 라틴계 주민보다 외지에서 온 이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알면 알수록 화가 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접종센터 측은 “모든 남은 자리는 뉴욕시 지역주민의 몫으로 조치할 것”이라면서 “최소 60%는 워싱턴하이츠, 인우드, 북·중부 할렘, 브롱크스 남부 지역의 주민을 위해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색인종 주민들의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 CNN은 워싱턴하이츠 지역 주민 37%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첨단기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베자르 박사는 “백신 대부분이 영문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공급된다면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다. 현장 예약을 받고 온라인 예약 방법을 알려주는 등 이곳 주민이 백신을 제대로 맞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인종 간 불평등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백인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이는 4% 이상이다. 흑인(1.9%)이나 히스패닉(1.8%) 등 유색인종의 배가 넘는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