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배드민턴 국가대표이자 2016 리우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정경은(31·김천시청)이 2021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부정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경은은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글에서 “올림픽 레이스 중인 국가대표 복식 선수 전원이 재선발 됐는데 왜 저만 탈락됐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가대표 선발전 심사 의혹을 규명해달라”고 토로했다. 이 글은 31일 오후까지 약 27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정경은이 부정 의혹을 제기한 대회는 지난 18~23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올해 복식 여자 선수 12명을 국가대표로 선발했는데, 이 가운데 7명은 세계랭킹이 높거나(8위 이상)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높아 태극마크를 유지했다.
반면 현재 백하나(21·MG새마을금고)와 함께 여자복식 랭킹 10위에 올라 있는 정경은은 선발전 5위 안에 들어야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하나가 선발전 3위를 기록한 반면 정경은은 5위 밖으로 밀리며 탈락했다.
문제는 정경은이 리그전 9승 4패로 공동 7위를 기록해 떨어진 것과는 달리 7승 7패를 거둔 선수가 최종 5위 안에 포함됐단 점이다. 이 대회 리그전 성적 50%, 심사위원 평가 50%를 더해 순위를 매기는데, 정경은은 심사위원 평가점수에서 박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특히 정경은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한 심사위원이 특정 선수의 선발이 정해졌단 듯 한 발언을 했고, 국가대표 최종 명단이 발표되기 전부터 이미 선발 선수 명단이 따로 유출돼 공유되기까지 했다. 심지어 대회 6명의 심사위원 중 3명은 선발전에 참가한 특정 선수들의 지도자로 구성됐다.
도쿄올림픽이 선수로서 마지막 대회가 됐을 정경은은 “승률이 높아도 평가점수로 얼마든 부정과 조작이 가능한 깜깜이 선발 시스템”이라며 “선수들의 알 권리를 위해 평가항목, 세부 채점 기준, 심사위원 자격요건과 명단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더 피해 보는 선수가 없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