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으로 간 상주의 아이들…상주 유소년 해체 사태, 반년 만에 ‘절반의 해피엔딩’

입력 2021-01-31 22:30
김천 상무 중등부 선수들이 지난 20일 전용훈련장인 경북 김천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문화교육센터 경기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김천 상무 제공

“지금 친구랑 같이 김천에 와있어요.” 반년만에 들려온 수화기 속 김동진(18)의 목소리가 밝았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전에 입던 ‘상주 상무’가 아닌 ‘김천 상무’ 선수복을 입는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온 동갑내기 미드필더이자 단짝 한재혁과 같이 김천으로 넘어와 경남 산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자칫 지난해가 같은 팀에서 뛰는 마지막 해가 될 뻔했지만, 이제 둘은 고등학교에서도 함께 발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해체 결정으로 상주 상무 유소년팀에 닥쳤던 위기가 우여곡절 끝에 무난히 마무리된 모양새다(국민일보 2020년 7월 25일자 23면 참조). 새로 창단한 김천이 상주 구단의 중등부(15세)와 고등부(18세) 유소년팀을 상당수 인계하면서 선수단이 공중분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초등부 학생들의 경우 그 과정에 제외됐고 중·고등부에서 낙오한 이들도 많지만, 적어도 걱정했던 만큼의 피해는 나오지 않은 셈이 됐다.

김천 구단은 지난 29일 첫 정기총회를 열고 유소년 선수단 운영계획 등이 포함된 이사회 예산안 의결 세부내용을 보고했다. 같은 날 구단은 김천에 위치한 경북미용예술고와 협약을 맺고 고등부 유소년팀을 공식적으로 창단했다. 앞선 지난 15일에는 역시 김천에 있는 문성중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중등부 유소년팀을 창단했다. 구단에 따르면 기존 상주 중·고등부 선수단 중 약 70%가 김천으로 건너왔다. 중등부·고등부 감독도 상주에서 옮겨왔다.

지난해 6월 강영석 상주시장이 갑작스레 기존에 약속한 프로화를 포기하고 상주 구단 해체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거취는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전 교감없이 나몰라라식으로 기습 발표한 일이라 수습도 어려웠다. 발표 한 달 사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던 구단 대표이사를 포함해 이사 5명이 일괄 사임했다. 이후 김천시와 상주시 실무자들, 각 지역 교육당국이 모여 지난해 11월까지 협의를 진행한 끝에 현재의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김천시 입장에서 유소년팀 인수는커녕 유소년팀 2개 창단조차 의무가 아니었다. 다행히 김천시의 기존 스포츠 인프라가 이미 상당했고, 또 언론 보도를 거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양 지자체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김천시가 지난해 9월 구단에 예산 지원 협의를 했고 이후 시의회가 이를 승인해 계획이 확정됐다. 김천시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축구 저변을 확대하려면 유소년 축구를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천시는 기존에 김천 스포츠타운에 있던 15세 팀 전용구장에 18세 팀 구장까지 신축하면서 유소년팀 운영준비를 마쳤다.

물론 모든 선수가 건너오지는 못했다. 지난해 상주 상무 초등부(12세) 팀 주장 김지환은 중학생이 되면서 기존 상주 산하 유스팀이던 함창중에 새로 창단된 학원팀으로 향했다. 상주 초등부에서 자신을 가르쳐준 감독 선생님을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 같은 학년 6명 중 5명이 그처럼 상주에 남았고, 다른 1명은 김천 중등부로 따라갔다. 다른 초등부 후배들은 감독이 상주 지역 클럽팀에 다리를 놓아줬다. 김지환은 “김천에 따라간 친구와는 일부러 관련 얘기를 안했다. 친한 친구라 아쉬웠지만 상주에 남아달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옮겨간 친구와 선배들, 헤어진 후배들도 다들 잘 돼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