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아지네마을’에 철거 명령…갈 곳 없는 유기견 200마리

입력 2021-01-31 16:10
아지네마을 인스타그램 게시물. 오른쪽은 한 청원인이 올린 아지네마을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인스타그램, 청원 홈페이지

유기견 200여 마리를 보호하는 경기 김포의 한 사설 유기견 보호시설이 철거 위기에 내몰리자, 이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록됐다.

한 청원인은 30일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아지네마을 유기견보호소 철거 명령을 취소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아지네마을이 앞으로도 동물구조와 보호에 힘쓸 수 있게, 지금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가족을 찾아주는 보호소의 임무를 다할 수 있게 철거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포 양촌읍 양곡리에 위치한 아지네마을은 2010년 박정수(75) 소장이 도살 위기의 유기견들을 구조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다.

청원인은 “2015년 5월 인천에 있던 아지네마을이 재개발 지역이 되어 철거명령을 받았으나 다행히 많은 분의 도움으로 김포로 이전했다”면서 “이제야 한숨 돌리나 했더니 2021년 1월 200여 마리의 아이들이 또다시 내쳐질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 아지네마을에 대한 민원을 넣어 김포시청과 양촌읍사무소로부터 철거 및 이전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읍사무소에서는 건축법 위반이므로 3개월의 기간을 주고 그 안에 무조건 원상복구(철거)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서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200여 마리의 대형견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또 “이런 사정을 말했지만 민원이 들어온 이상 무조건 철거를 해야 한다고 한다”며 “200여 마리의 아이들은 어떡하냐고 했더니 그것까진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김포 지자체에서 후원하고 도와줘야 하는 부문 중의 하나가 바로 유기동물보호”라며 “동물보호법 제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유기동물 관리, 동물복지에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지네마을은 갓 태어난 강아지까지 죽이는 유기견보호소의 안락사 시설에 눈물을 훔치며 지자체 후원금 하나 없이 소장님의 사비와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는 곳”이라며 “70대 연로한 소장님이 노후를 바쳐 일궈온 터전이 한순간에 철거된다면 200여마리의 아이들과 남겨진 소장님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원인은 “아지네마을 주변에는 어떤 민가나 주거시설도 없다. 소음이나 냄새, 배설물에 관한 어떤 민원도 단 한 차례 접수된 적이 없었다”면서 “아지네마을에 한 번이라도 와봤다면 10여년간 어떻게 관리되어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어떤 피해도 야기하지 않은 아지네마을이 악의적인 민원에 의해 철거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김포시는 최근 아지네마을을 대상으로 원상복구 시정명령 사전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견사로 활용되는 비닐하우스 4동과 울타리, 박 소장이 사용하는 컨테이너 등이 허가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지은 불법 건축물이라며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 대부분이 대형견이라 입양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면서 “2018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을 정도로 잘 관리하던 시설인데 갑자기 철거하라고 하면 유기견들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