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정 명예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으로, 현대가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KCC 측은 “정 명예회장이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날 가족들이 모여 임종을 지켰다”고 전했다.
정 명예회장 측은 조문을 사양했지만,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는 31일 오전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 명예회장의 조카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가(家)에서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박성욱 아산의료원장, 박승일 아산병원장 등이 차례로 빈소에 다녀갔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조문했다.
1936년 강원도 통천 출생인 정 명예회장은 1958년 8월 스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이라는 이름으로 KCC를 창업했다. 맏형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스스로 자립하는 길을 택했다.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 사업에 진출했고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 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건축, 산업자재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해 기술국산화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명예회장은 작년 말까지 매일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봤을 정도로 창립 이후 60년간 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이었다.
그는 2003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사망 후 조카며느리인 현정은 회장과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시숙의 난’을 벌이기도 했다. 고인은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라며 당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대량 매집했으나 경영권 분쟁에서 패했고, 지분 변동에 따른 보고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승계 작업은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상태다. KCC는 큰아들인 정몽진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인 정몽익 회장이 맡고 있다. 독자 영역인 KCC건설은 셋째인 정몽열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