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만의 경제 성장률이 30년 만에 중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덕분에 내수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고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도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만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8%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대만의 추월은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대만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기간을 놓고 보면 대만의 경제 성장률은 2.98%로,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인 2.3%보다도 높았다. 대만이 경제 성장률로 중국을 추월한 것은 1991년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대만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성공을 거두면서 내수 경제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페이쉬안 대만 행정원 산하 주계총처 전문위원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면서 생산과 제조, 소비가 계속됨에 따라 지난해 성장 폭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대만 경제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혔다. 대만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3452억8000만 달러였다. 특히 TSMC와 폭스콘 등 IT 기업 수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122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우 전문위원은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적 우위 덕분”이라며 “또 제조업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생산능력 확장에 계속 투자한 덕분에 수출 증가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고도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대만 경제는 상대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느슨한 규제 덕분에 대만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대만 기업 역시 그동안 중국에 거액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중국 중앙정부도 자국 기업 육성에 더욱 집중하면서 중국 투자의 매력은 떨어지는 추세였다. 이에 따라 대만 기업들 역시 중국을 대신해 자국 투자 비중을 높여왔었다.
다만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전제로 8.4%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 성장률이 중국보다 높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