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8일…제주는 지금 이사 중

입력 2021-01-31 14:35
제주 특유의 이사철 '신구간'을 맞아 한 가정이 이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봄의 시작 입춘을 앞두고 제주 곳곳에서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폐기물 배출 건수가 크게 늘고 소방당국은 이사철 가스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31일 제주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대형 폐기물 수거 신청량이 하루 평균 1204건에 달했다. 이는 1월 첫째 주 하루 평균 646건의 갑절 규모로 둘째 주 1141건에서 계속 증가했다. 대형 폐기물은 매트리스 소파 옷장 등 대형 가구가 대부분으로 이사철에 맞물려 급증한다.

이 기간 도내 대형 폐기물 배출량이 증가한 것은 신구간이라는 제주 특유의 전통 이사 풍습 때문이다.

신구간(新舊間)은 한해 마지막 절기인 대한 닷새 후부터 입춘 사흘 전까지로, 올해는 지난 25일부터 2월 1일 사이다. 한 해에 딱 8일. 제주 사람들은 지상의 신들이 자리를 비우는 이 시기에 이사해야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때문에 제주에선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도 이사 차량 행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제주에서 신구간 이사 집중 현상이 벌어지다 보니 매해 이 무렵 소방당국은 이사철 가스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LPG 관련 업체에 화재 예방 협조 서한문을 발송한다. 실제 지난 5년 간 제주에서 발생한 가스사고 26건 중 12건이 이 기간 발생했다.

행정기관도 쓰레기 수거 주기를 당기는 등 배출량 증가에 따른 분주한 시기를 보낸다. 수수료를 내기 싫어 곳곳에 불법 투기한 대형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도 행정의 몫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사철을 맞아 신구간 날씨 분석 서비스를 내놓는다. 가전제품 판매업체들도 신구간 특별 행사로 이사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이주민이 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통 이사철을 고수하는 분위기가 옅어지고 있지만 동티 없는 기간에 이사를 해야 좋다는 믿음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시 하귀1리 재활용도움센터의 한 관계자는 “신구간 전 주부터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크게 늘었다”며 “요즘은 분류함에 대형 비닐을 갈아 끼우느라 쉴 틈이 없다”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