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새해에도 표류하고 있다. 1월 중 민간 사업자와 최종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민간사업자인 서진건설이 광주시장·광주도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한 광주시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12월 광주시가 사전 통지·의견 청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자격을 박탈한 처분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기한 내 사업 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공문만 2차례 발송한 것은 적절한 행정절차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는 방어권 침해를 내세운 민간 사업자에게 패소하자 광주지법 판결을 존중한다며 지난달 28일 ‘항소’를 포기했다. 재판이 장기화할 경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무협상을 재개해 1월 중 최종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교착상태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고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협상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시가 민간 사업자 소송 제기 이후 새로운 우선협상 대상자를 찾기 위해 관광단지 내 상가면적을 기존 2만4170㎡에서 최대 2배인 4만8340㎡로 늘릴 수 있다고 ‘당근’을 제시한 게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2019년 7월 공모를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광주시 행정처분으로 지위를 박탈당했다가 법원 판결로 다시 협상에 나선 민간사업자는 이에 준하는 상가면적과 토지소유권 이전 선분양 등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와 민간사업자는 지난 8일부터 매주 2회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팽팽한 신경전만 거듭하고 있다. 시는 더구나 비공개로 진행해온 서진건설과의 협상 과정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군부대 포 사격장으로 황폐화한 어등산 일대 41만7500㎡에서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해온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시와 민간사업자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사실상 17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동안 삼능, 금광, 모아, 호반 건설에 이어 5번째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서진건설까지 법정 다툼을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거쳤으나 2012년 개장한 골프장을 제외한 호텔, 상업·휴양 시설은 착공도 못 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자격 박탈, 소송 후 지위를 회복한 민간 사업자는 현재 최소한 수익보장과 투자금에 대한 안전장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기한 협상·계약 체결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협상과정의 이견이 너무 커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늦어도 2월 중에는 최종 협상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