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에 아이 물릴라”… “들개가 얼마나 문다고”

입력 2021-01-31 11:58 수정 2021-01-31 13:19
주민이 구청에 신고한 들개 출몰 영상. 인천시 계양구 제공

인천시가 들개 포획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들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과 입양·임시 보호를 위해 포획을 자제해 달라는 민원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지역 10개 군·구 가운데 8곳은 들개 출몰 민원이 잇따르자 2019년부터 민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들개 포획 사업을 벌였다.

시에 따르면 야생화된 유기견 등 들개가 무리로 몰려다녀 공포감을 준다거나 실제 개 물림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각 지자체는 성견 1마리에 50만원, 자견 1마리에 20만∼30만원 수준의 포상금을 정했다.

시는 5300만원의 예산으로 들개 100여 마리를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포획한 들개는 2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9년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부족한 예산은 각 지자체가 충당했다.

들개에 물린 송아지. 인천시 계양구 제공

주민 대부분은 올해도 포획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2일에는 인천시 연수구의 한 양계장에서 닭 250마리가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 농장주는 양계장의 철망과 땅 사이를 동물이 판 흔적이 발견된 점과 인근에 들개가 자주 나타났다는 점 등을 토대로 들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에는 계양구 다남동과 이화동의 농장에서 송아지와 염소, 닭 등이 들개에 물려서 죽은 일도 있었다.

2019년 5월에는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출몰한 들개에 물려 상처를 입었다.

서구 검단동에 사는 김모(45)씨는 “들개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며 “언제라도 사람을 물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에 따라 올해 6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들개 120마리 이상을 포획할 계획이다.

2019년 5월 인천대공원에 출몰해 시민들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유기견이 포획 틀에 갇힌 모습. 인천시 제공

그러나 동물애호가 등 일부 주민들은 들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많지 않으며, 민간 업체가 대가를 바라고 강아지까지 무차별적으로 포획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양구 효성동에 사는 A씨는 “젖도 떼지 못한 강아지들까지 모두 포획해 가고 있다”며 “버려진 강아지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임시 보호나 입양을 위해 배려해 달라고 민원을 넣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역 언론에 호소했다.

이에 대해 각 지자체는 시민 안전을 위해 포획이 불가피하며, 지자체에서도 무조건적인 안락사가 아닌 분양을 시도하고 있다며 포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시에 따르면 잡힌 들개는 10일간 주인을 찾는 공고를 낸 뒤 분양을 시도하고 분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안락사시킨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