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하겠다” 박순자 전 의원에 5천만원 받은 운전기사 실형

입력 2021-01-31 11:09 수정 2021-01-31 11:22
박순자 전 의원. 연합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박순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양심선언’을 하겠다고 공갈을 친 혐의로 기소된 운전기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심담)는 지난 20일 공갈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그간 박봉의 급여를 받으면서 쌓인 불만이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거짓으로 꾸며낸 내용으로 피해자의 비리를 폭로하려고 한 것은 아닌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안산단원을 후보자인 박 전 의원의 7급 비서 및 운전기사로 1년여간 일했다. 그러던 중 시의원 공천 과정에서 홀대받았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고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해 3월 9일 박 전 의원의 보좌관과 후원회장 등에게 “그간 제대로 받지 못한 급여를 보상하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실제로 이틀 뒤인 11일 안산시청에서 ‘박순자는 20대 국회의원 재직 중 실제 근무하지 않은 B씨를 5급 비서관으로 허위 고용하고, 명절 때마다 선물을 유권자에게 돌렸으며, 운전기사에게 꽃나무를 훔치게 시키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양심선언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어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등에서 양심선언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박 전 의원 측을 위협했다.

박 전 의원 측은 언론과 당 공천심사위원회 등으로부터 해명 요구를 받게 되자 공천 취소 등을 우려해 A씨에게 돈을 건네기로 약속했다.

이에 A씨는 같은 달 13일 국회에서 양심선언문의 내용이 사실임에도 마치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인 것처럼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언이었다”며 해명문을 발표했다.

A씨는 해명문 발표를 전후해 박 전 의원 측으로부터 총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총선 안산단원을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가 현역이던 박 전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1심 법원은 A씨의 양심선언문이 박 전 의원의 실제 당락을 좌우할 만큼 심각하거나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