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린 아들 목조른 아빠… “살인미수 말도 안돼”

입력 2021-01-31 10:53 수정 2021-01-31 11:00

지난 28일 춘천지법 101호에서 술에 취해 어머니를 때리는 30대 아들의 목을 졸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60)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법정에 등장한 박씨의 안색은 나빴다. 백발이 성성했고 허리는 구부정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박씨는 구부정한 허리를 더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아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박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해 달라며 보석을 신청, 이날 심문기일에서 어눌한 말투로 “아버지가 자식인 아들을 계획적으로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집에서 술 마시다… 아들 의식 회복

박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2시쯤 집에서 아들(39),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취한 아들이 아내에게 욕설하고 때리자 이에 격분해 아들의 목을 졸랐다.

아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들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고, 이틀 후 의식을 회복한 뒤 일반 병실에서 치료받고 퇴원했다.

그 사이 박씨는 구속돼 검찰을 거쳐 같은 달 23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피해자 모두 “살인미수 혐의 이해 안 돼”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살인미수’ 혐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아들의 행동을 말리려고 했을 뿐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아들 역시 사건 이후 후유증은 전혀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 박씨와 가족들은 평소 가정불화와 거리가 먼 가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가끔 가족들끼리 술도 곧잘 마시곤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거리가 떨어진 아들이 대전에서 고향에 올라왔고, 술을 마시다 이런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일을 쉬게 된 아들이 속상해 술주정을 몇 차례 부렸던 일을 겪은 박씨는 아들을 제압하면서 아내에게 경찰에 신고를 지시했고, 시각·청각 장애를 앓았던 탓에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박씨 측 주장이다.

“제압하려 했을 뿐…” 국민참여재판 신청

박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보기로 했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한중앙 강대규 변호사는 “살해 의도도 없었고 술 취한 아들을 제압하고자 한 행동일 뿐이며, 경찰에 신고를 지시한 것도 박씨”라고 말했다.

최근 경북 청도군 한 사찰에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어머니가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은 살인미수죄가 아니라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의식이 돌아온 피해자를 조사했다면 살인미수로 구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피고인의 억울함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29일 살인미수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입증계획 제출을 위해 다음 달 23일 속행 공판을 연 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