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차별에 병원 불신… 온라인 등록 절차도 부담
코로나 사망 비율… 흑인·히스패닉, 백인 ‘3배’
인종별 백신 불평등, ‘피해의 불평등’ 악화 우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인종적 불평등이 드러나고 있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흑인들의 백신 접종 비율이 백인들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백신 접종의 불평등은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코로나19 피해를 더 크게 입는 ‘피해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AP통신은 미국 17개주와 2개 대도시가 지난 25일까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을 인종별로 분류해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흑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율이 백인들에 비해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P통신은 흑인들이 인구 구성 비율보다 의료보건 노동자 비율이 높은 데도 백신 접종율은 낮다고 전했다. 즉, 미국 정부가 의료보건 노동자들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것을 감안하면, 의료 노동자가 아닌 흑인들의 백신 접종 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 흑인들의 인구 비율은 22%고, 의료보건 노동자 중 흑인 비율은 26%로 추산된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아니주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 흑인들의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백인 비율은 68%이며, 백인들의 백신 접종 비율은 82%에 달한다.
메릴랜드주도 마찬가지다. 매릴랜드주의 흑인 비율은 30%고, 의료 산업에 종사하는 흑인 비율은 40%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들 중 흑인 비율은 16%에 그쳤다. 히스패닉계도 인구의 11%를 차지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반면, 메릴랜드주에서 백인들의 비율은 55%로 집계되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 백인 비율은 67%로 조사됐다.
이런 백신 접종 불평등은 흑인 사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우려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미 백인·히스패닉·원주민들의 코로나19 사망 비율이 백인들보다 거의 3배가 높다고 이미 발표했다.
미국 뉴욕의 응급치료 의사이자, 의료 문제에서 편견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 ‘건강 평등 진전’의 회장인 우체 블랙스톡은 “우리 사회가 백신에 접근할 수 없다면, 코로나19 이전 상황보다 인종별 건강 불평등이 더욱 확산되고 악화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흑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흑인들이 병원에서 차별적으로 치료받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흑인들이 병원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병원에 가기를 꺼려 백신 접종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또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필요한 등록 절차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돼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흑인들이 백신 접종에 필수적인 정보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히스패닉계도 백신 접종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이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히스패닉계는 인구상으로 젊은 층이 많은데, 아직 젊은 층까지 백신 접종이 확대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등에선 히스패닉 사회가 코로나19에 극심한 피해를 피해를 입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접종에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평등 태스크포스의 위원장인 마르셀라 누네즈-스미스는 “우리는 백신 접종이 받기 힘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흑인 사회도 백신 접종을 확대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느려지고 있으며, 공급량이 부족해 인종을 떠나 모든 미국인들이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현재까지 1회라도 백신 접종을 받은 미국인은 7%에 불과한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