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공매도 전쟁’… 기관VS개미 진흙탕 싸움

입력 2021-01-29 16:23

미국에서 공매도를 둘러싼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며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증권사들이 특정 종목의 개인 매수를 금지한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폭탄을 투하해 주가를 폭락시키며 공매도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뜨겁게 타올랐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이날 공지를 내고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 따른 고객 보호’를 이유로 들어 게임스탑과 AMC,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등 13개 종목에 대한 매수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위불과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등 주요 업체들도 잇달아 비슷한 조치를 강행했다. 한국에서는 신한금융투자 이용자들이 거래 제한에 따른 불편을 겪었다.

이날 개인 투자자 매수 금지 대상에 오른 종목들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이 합심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들이다. 이들의 ‘매수 운동’으로 주가가 폭등하자 이 종목들에 숏 포지션(공매도)을 취한 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공매도로 인한 투자기관의 손실은 700억달러(약 78조1200억원)를 넘어섰다.

개인 매수가 금지된 상태에서 기관들이 대규모 ‘공매도 공세’를 벌이자 주가는 수직하락했다. 이날 장중 최고 483달러를 돌파했던 게임스탑은 서킷브레이커가 7번 연속으로 발동되며 한때 112달러까지 급락했다.

개인 투자자의 사랑을 받으며 높은 이용률을 기록해온 로빈후드가 기관의 편으로 돌아서자 트위터와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헤지펀드 등 대형 금융기관의 손실을 막아주기 위해 로빈후드가 개미들에게서 투자 옵션을 뺏었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로빈후드에 대한 집단소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로빈후드의 매수 금지 조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로빈후드의 거래제한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동안 왜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매매 제한이 발동됐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트윗을 공유하며 “완전히 동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공매도 제도를 비난하며 개미들의 편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소유하지 않은 집을 팔 수 없다. 소유하지 않은 자동차도 팔 수 없다”면서 “하지만 소유하지 않은 주식은 팔 수 있다. 공매도는 사기”라고 적었다.

로이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개미들이 추가적인 ‘공매도 사냥’에 나서며 게임스탑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헤지펀드 등 대형 기관들이 지금까지 줄곧 이 같은 ‘불공정 공매도’로 이익을 챙겨왔다는 의심까지 나오며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들은 ‘제2의 게임스탑’ 종목을 줄줄이 예고하고 있어 공매도와의 전쟁은 더 확대될 조짐이다. 개미들이 기관과의 이번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항상 개인 투자자들에 우위를 점하며 시장을 이끌어온 월가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