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배송 거부를 예고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다음 달 4일까지 분류인력 6000명을 투입하는 조건을 수용해 총파업 철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설 연휴 기간 우려했던 배송 대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노조는 29일 오전 전체 조합원 총회를 열고 전날 택배사·정부·국회 등과 도출한 잠정합의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투표율 89%에 찬성률 86%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1차 사회적 합의문에서 택배사가 파기했던 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며 “파업을 종료하고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한다”고 말했다.
택배 노사는 지난 21일 분류작업을 택배사 책임으로 하는 1차 사회적 합의를 타결했지만, 분류작업 인력의 구체적인 투입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노조 소속 택배기사 5500명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물량이 급증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에서 배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노조와 택배사, 국토교통부,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 등이 참석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 기구는 지난 28일 밤 6시간 회의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노조 조합원 추인에도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파업을 중단하게 됐다. 노조는 이번 합의가 택배현장의 과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택배사는 이번 합의에 따라 다음 달 4일까지 분류인력 60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이 4000명, 롯데·한진이 각 1000명을 분류작업에 배치한다. 1차 사회적 합의 이후 문제가 된 ‘분류인력 투입 시기’를 구체화한 것이 이번 파업을 막은 핵심이다. 택배사가 현장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지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조사하는 권한도 부여됐다. 노사 합의와 파기가 반복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노조는 파업 철회 조건으로 제시한 ‘강제성 있는 노사협약 체결’을 사실상 달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1일 타결된 1차 사회적 합의에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 주요 택배사를 대표해 참여했지만, 이번 합의안 마련에는 각 택배사 임원들이 직접 서명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택배사 임원이 참여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 주체가 택배사로 명확해졌다”고 했다.
이 밖에 노사는 올 상반기까지 합의하기로 했던 택배요금 및 택배 거래 구조 개선을 5월 말로 앞당기는 데 합의했다. 택배기사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분류작업에 투입되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합의문에 포함했다. 노조는 “이제 곧 설 명절 특수기인데, 택배사와 기사들은 국민의 소중한 택배를 안전하게 배송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재필 김지애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