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인 타격으로 올해 ‘재정 충격’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9일 발간한 ‘1월 북한경제리뷰’에는 이 같은 내용의 ‘북한의 재정 충격, 경제적 영향은’이라는 보고서가 실렸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와 올해 북한의 예산 수입·지출 계획 및 최근 정책 특징을 분석했다.
올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발표된 예산수입 계획에 따르면, 전년 대비 0.9%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김 위원장 집권 초기(5.0%), 본격적인 제재 시기(3.3%), 코로나 확산 시기(4.2%)와 단순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다. 마찬가지로 올해 재정지출도 1.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 역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첫 ‘1%대’로 정책여력이 약화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종규 KDI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 매우 큰 충격이 가해졌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며 “2017년부터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충격이 몇 년 동안 누적된 상태에서 새롭게 직면한 팬데믹이라는 변수는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던 북한경제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적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경제위기, 어디까지 진행될까’ 연구보고서도 지난해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코로나19라는 이중적 충격이 합치되면서 거시경제 변수들 모두 일시에 악화되는 혼란을 경험했다고 적었다.
지난해 북한의 대(對)중국 무역은 수출 5000만 달러, 수입 4억9000만 달러로 총액이 6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2019년에 비해 수출은 78%, 수입은 81% 하락한 수준이다. 2016년 평균 58억 달러에 달하던 대 중국 무역액은 2018~2019년 연평균 26억 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 난 뒤 작년에는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급락했다.
북한 경제에 대한 제재와 코로나19 충격은 1990년대 경제위기 시작 당시 북한 경제를 강타했던 소비에트 충격이나 중국 충격에 비견할 만하다는 진단이다. 이석 KDI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은 2017년 이후 지속된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경제 내부에서 점진적이고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경제 시스템이 지난해 일시적으로 단순히 마비된 것이 아니라 아예 일종의 구조적인 해체 과정에 돌입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