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아들 가방에 가둬 살해한 여성, 항소심서 징역 25년

입력 2021-01-29 11:40 수정 2021-01-29 12:35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지난 6월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가방에 넣어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준명)는 29일 성모(41·여)씨의 살인·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2년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성 씨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6월 1일 정오쯤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남의 9살 아들 A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3시간 정도 가둔 뒤, 다시 더 작은 크기의 가방(가로 44㎝·세로 60㎝·폭 24㎝)에 약 4시간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첫번째 가방에 불편한 자세로 들어가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외출을 하고, 가방에서 나온 피해자가 땀과 소변 범벅이었는데도 두번째 가방에 다시 가뒀다”며 “플라스틱 재질의 가방 위에서 뛰는 것은 객관적으로 봐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범행 수법이 극히 잔인하고 피해자에 대한 연민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분노만이 느껴진다”며 “피고인은 반성문에서조차 아이가 잘못했다며 훈육의 일환이었다고 변명했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하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성 씨측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성 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심각한 학대를 벌여 경찰조사까지 받았다”며 “이후 피해자의 아버지와 다툼이 발생해 사이가 벌어지자 피해자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상당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밀폐된 가방에 들어가면 호흡곤란과 탈진, 탈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 가능한 일”이라며 “또 피의자는 현장검증 당시에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하면 숨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같은 위험성을 불확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성 씨가 자신의 친자녀들까지 범행에 동원한 점을 비춰 볼 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그의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진정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자녀들을 가담시켰겠느냐’고 주장했다”며 “그렇다면 친자녀들을 아동학대치사죄에 가담시키려고 했다는 것인데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또 “당시 9세였던 어린 피해자의 고통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해 회복은 영원히 불가능해졌다”며 “그러나 피고인의 반성문은 피해자를 의도치 않게 사망케 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반성의 진의가 의심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별다른 범죄전력은 없지만, 아동을 장기간 학대하고 끔찍하게 살해한 점을 보면 범죄전력을 유리한 정상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라며 “다만 확정적 고의가 아닌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난 뒤 A군의 유족들은 성 씨에게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형량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A군의 이모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이 나오긴 했지만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선고됐어야 했다”며 “피고인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 자기 죄를 덮으려고 자식들까지 동원해서 살인죄를 면하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