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던 北 원전 건설계획, 산업부 파일서 찾았다

입력 2021-01-29 11:29 수정 2021-01-29 14:57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기간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이 공개됐다. 이 중에는 ‘북한 원전 건설’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파일들도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SBS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관련된 문건을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3명이 삭제한 자료 가운데 북한 관련 파일이 17개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파일은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등 북한 관련 제목으로 저장되었으며, 생성 날짜는 2018년 5월 2일~15일 사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다.

SBS 8시 뉴스 화면 캡처

삭제 파일을 세부적으로 살펴봤을 때는 ‘북원추’(북한 원전 추진방안으로 추정)라는 폴더에서 두 가지 버전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파일이 삭제됐고, 다른 폴더에서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이 삭제됐다.

특히 이 파일들은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란 뜻으로 핀란드어까지 쓸 만큼 보안에 신경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또 파일을 복구해도 내용을 알 수 없도록 ‘ㄴㅇㄹ’ 같은 문자를 써넣고 수정해 저장한 뒤 삭제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도 알려졌다.

앞서 2018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남북 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당시 소설이라고 한 것은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적 없다는 의미이지 파일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