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애용하는 주식 거래 어플 ‘로빈후드’가 28일(현지시간) 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게임스탑(GME)의 거래를 예고 없이 중단했다. 위불과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등도 증권사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며 게임스탑의 주가는 55% 이상 폭락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이날 공지를 내고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 따른 고객 보호’를 이유로 들어 게임스탑과 AMC,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등에 대한 매수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 종목들은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레트베츠’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합심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들이다. 이들의 ‘매수 운동’으로 주가가 폭등하자 이 종목들에 숏 포지션(공매도)을 취한 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공매도로 인한 투자기관의 손실은 700억달러(약 78조1200억원)를 넘어섰다.
이날 개인 매수가 중단된 가운데 기관들의 대규모 공매도가 종일 지속되며 게임스탑의 주가는 폭락했다. 유례 없는 매수 제한 조치에 당황한 개미들의 패닉셀도 겹치며 장중 주가는 최고 483달러에서 112달러까지 수직 하락했다.
이에 트위터와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성난 개인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투자기관들의 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기관과 증권사가 합심해 개인 투자자들의 손발을 묶었다는 것이다. 일부 고객들은 로빈후드에 대한 집단소송에 들어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게임스탑이 빚어낸 해프닝이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 등 대형 기관들이 지금까지 줄곧 이같은 ‘불공정 공매도’로 이익을 챙겨왔다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며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도 확산하는 형국이다.
알렉산드리아 코르테스 민주당 의원은 이 사태와 관련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문회를 소집해 진상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의원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동의를 표하며 정치권의 압박도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들이 ‘제2의 게임스탑’ 종목을 예고하며 공매도와의 전쟁은 더 확대될 조짐이다. 개미들이 기관과의 이번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항상 개인 투자자들에 우위를 점하며 시장을 이끌어온 월가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로이터는 “개미들이 추가적인 ‘공매도 사냥’에 나서며 게임스탑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