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팀 감독 등에게 잇따라 중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9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42) 감독에게 징역 7년, 주장 장윤정(32) 선수에게 징역 4년, 김도환(26) 선수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김 감독과 장 선수에게 4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5년 동안 아동관련 취업제한을 명했다. 김 선수에게도 40시간 아동학대재범예방강의 수강과 3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김 감독과 장 선수는 구속 기소됐고, 김 선수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팀 안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폭언과 폭행, 가혹행위를 했고, 가장 큰 피해자인 최숙현 선수는 고통에 시달리다 22살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피고인들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최 선수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행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고, 비 인간적 대우로 피해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감마저 느끼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사 초기 단계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별다른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에 앞서 재판장은 “피해자 및 최 선수 유족의 고통을 반영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형량은 양형기준과 관련 법에 따른 것임을 참작해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최 선수를 포함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상습특수상해)와 선수들끼리 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강요한 혐의(상습특수상해 교사·아동복지법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감독은 팀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날 때 선수들에게 항공료를 별도로 받아 챙긴 혐의(사기)와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선고 직후 최 선수의 아버지는 “형을 가장 무겁게 받아야 할 김 감독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2년이 줄어든 형이 선고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상윤)는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주현(46) 운동처방사에게 유사강간 등 혐의로 징역 8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8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7년간 신상정보 공개,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안씨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것처럼 속이고 선수들에게 마사지 등 의료행위를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일명 ‘팀닥터’로 불린 그는 선수들을 때리거나 폭언을 하는 등 가혹 행위를 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자선수 9명의 가슴이나 허벅지, 음부 등을 추행하고 유사 강간하기도 했다”며 “피해자들은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이며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 수법, 내용, 횟수, 기간, 피해 정도, 편취 금액 정도 등을 비춰 보면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 치료와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고 최숙현 선수 등 선수들에게 폭행 등을 저질렀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는 전력이 없는 점이 재범 위험성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앞서 검찰은 안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공개, 위치추적장치 부착 등을 요청했다.
안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