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산업 생산이 0.8% 감소했다. 200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도 0.2% 감소했는데, 카드대란이 벌어졌던 2003년(-3.1%)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0.4%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2.0%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10.2%) 등에서 감소했으나 반도체(23.9%)와 기계장비(5.5%) 등이 늘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3%로 전년 대비 1.9%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6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에서는 숙박·음식점(-18.5%), 운수·창고(-14.2%), 예술·스포츠·여가(-33.0%)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금융·보험(14.0%)과 부동산(5.6%) 업종은 시장 가격 상승 영향으로 호조를 보였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서비스업 생산이 크게 감소해 연간 전산업 생산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소매판매액은 0.2% 감소했다. 이는 2003년(-3.1%)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감소폭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10.9%)는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12.2%), 화장품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줄었다. 소매업태별로는 코로나19 피해가 심했던 전문소매점(-10.8%), 면세점(-37.5%), 백화점(-10.6%) 등의 감소가 컸다.
다만 지난해 12월 한달만 보면 코로나19 3차 유행에도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증가하는 ‘트리플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전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5% 증가한 것이다. 다만 11월(0.8%)보다 증가폭은 둔화했다.
지난 11월과 비교했을 때 광공업 생산은 나아졌지만, 연말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에 서비스업 생산 다시 악화됐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8.6%) 등에서 감소했지만, 반도체(11.6%), 기계장비(10.0%) 등이 늘어 전월 대비 3.7%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27.3%), 운수·창고(-3.2%) 등이 크게 줄어 전월에 비해 1.1% 감소했다. 이는 8월(-1.0%) 이후 4개월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소비도 소폭 반등했다. 소매판매액이 0.2% 늘어 10월(-1.0%)과 11월(-0.9%) 두 달 연속 이어진 감소세를 멈췄다. 의복 등 준내구재(-6.7%), 승용차 등 내구재(-1.7%)는 줄었으나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9%)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김 과장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이후 서비스업이 감소했으나,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광공업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고 전산업 생산이 늘었다”며 “소비 반등에는 직전 2개월 감소의 기저효과와 음식료품 소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내수 영향에도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한 아쉬움이 남으면서 한편으로는 확산세가 진정되고 지금의 수출 중심 회복 흐름에 내수 정상화까지 더해졌을 때 나타날 본격적인 ‘회복의 시간’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고 밝혔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