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배우들 코로나19로 일터 잃어…새벽에 대리 알바”

입력 2021-01-28 17:28
배우 정영주. 연합뉴스(브이컴퍼니 제공)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우 정영주가 코로나19로 인해 무대에 서지 못하는 후배들의 고충을 전했다.

정영주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후배들이 일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을 올리지 못하니 출연료는 0원이고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서 택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아르바이트하던 후배의 전화를 받고 씁쓸해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어느 날 새벽 2시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대리기사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졸려서 잠을 깨려고 전화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뮤지컬 공연은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두 달 가까이 ‘셧다운’ 상태다. 좌석을 두 칸 띄어 앉아야 하는 방역지침 때문에 좌석 점유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자 대다수의 제작사가 공연을 중단했다. 배우들은 통상 출연료의 10~20% 수준의 계약금만 받고 연습하다가 공연이 올라가면 나머지 출연료를 받기 때문에, 공연이 중단되면서 후배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정영주는 설명했다.

다만 정영주는 배우들의 생계 보장이 되지 않는 임금 체계의 문제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있던 뮤지컬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연이나 앙상블 등 작은 배역의 배우들은 계약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두 달 정도 되는 연습 기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일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연료를 평준하게 나눠 주는 제작사가 많지 않고 이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배우도 없다”면서 “연습비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표준계약서는 나와 있지만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같은 출연료 격차 문제가 고임금을 받는 배우들은 문제 의식이 약하고, 저임금을 받는 배우들은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뮤지컬협회에 제작사, 배우, 스텝 등 모든 분야가 함께 있어 논의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협회 내에 있는 배우 분과를 하나의 협회 같은 조직으로 독립시켜 개선책을 마련해야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팬데믹 상황이 와도 이번처럼 처참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